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2022년 12월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가 2022년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아이엘오)가 87·98호 협약에 기반한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는 “당시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조치였다”며 “아이엘오 권고는 구속력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아이엘오가 14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350차 이사회를 열어 채택한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결사위는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파업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infringed)한 것으로 본다”며 모든 노동자에 대한 결사의 자유 보장,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에 따른 형사처벌 금지 등 5가지를 권고했다. 업무개시명령이 불가피한 조처였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선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는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2022년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이를 연장할 것을 요구하는 파업을 했는데, 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상 처음으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아이엘오 87·98호 협약 위반이라며 진정을 제기해 15개월 만에 결론이 나왔다.
아이엘오 권고와 관련해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한 조치였다는 점이 결사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면서도 “결사위 권고는 원론적 내용으로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이번 권고에 아이엘오 협약 위반이 언급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물운송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의 강경 대응이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위반이란 사실을 아이엘오가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결사의 자유 원칙을 침해했다는 얘기가 곧 협약 위반이란 뜻”이라고 짚었다. 정부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당장에 명시적인 불이익은 없어도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칫 국제 통상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