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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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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생명보다 중요합니까"…경찰 수상훈련 설득한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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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경찰서장③]정한규 서울 도봉경찰서장, 매주 화 주민속으로 "보이는 도봉경찰 될 것"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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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한규 서울 도봉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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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억원이 생명보다 중요합니까."

2021년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 '종합실습 훈련센터'를 짓는 계획이 수립됐다. 순경 공채에 합격한 예비 경찰은 중앙경찰학교에서 9개월간 교육받는다. 이곳에서 사격, 차량 운전, 체포술을 비롯한 실습 훈련을 거쳐 '선수'로 성장한다. 새로운 시대, 시민을 지키는 역량을 갖추려면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했다.

경찰청은 훈련센터건립 예산으로 기획재정부에 예산 433억원을 써냈다. 그러나 기재부 예산실이 책정한 금액은 280억원에 그쳤다. 훈련센터에 포함된 수상훈련장 설치 비용을 뺀 금액이었다. 기재부는 소방이나 해경이 아닌데 수상훈련이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청 예산 업무를 담당한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재정과장은 한달음에 기재부에 달려갔다. 예산실 공무원을 만나 수상 구조 중에 순직한 경찰 두 사람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100억원이 이 사람들 목숨보다 중요하냐.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이라고 설득했다.

과장은 또 "늘 도로 위에 있는 경찰들의 출동 속도가 더 빠르다. 사안이 시급한데 소방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나"라며 "경찰이 수중 훈련을 받아야 시민도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호소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며 계획안을 다시 들여다봤다. 공감에 호소한 설득 끝에 수상훈련장 예산은 요청한 대로 433억원으로 복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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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서 신임 경찰관들이 하늘을 향해 모자를 던지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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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업무 9년 베테랑…부임 한달 구청과 협업 "예산 보면 전체가 보인다"

25년 경찰 생활 중 9년간 재정 업무를 맡아 시민 안전과 선진 경찰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 경찰관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부임한 정한규 서울 도봉경찰서장이다.

정 서장은 최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범죄 피해가 발생하기 전 예방하는 치안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도봉서에 와서도 치안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구청, 구의회, 시민단체 등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서장은 '지역 치안 협의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협의회는 구청장, 구의회 의장, 소방서장 등 기관장이 참여해 치안 환경을 논의하는 민·관·경 협의체다.

도봉경찰서는 도봉구청과 협업, 2027년까지 주요 도로와 골목에 가로등과 보안등 1500개를 신설·개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경찰이 취약 구역을 파악하고 구청이 예산을 투입해 올해부터 도로 조명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도 예방이 중요한 만큼 관내 금융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홍보할 계획이다. 도봉경찰이 만든 범죄 예방 홍보물에 도봉구청 이름도 함께 올렸다. 그는 "3년 동안 관내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342건 발생했다. 잠깐 줄어들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31만명 구민 모두가 알게 하려면 홍보도 함께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서장은 "예산을 하다 보면 전체가 보인다"며 "보안, 경비, 수사 등 한 분야에 대해 깊이는 몰라도 각 부서나 과에 대해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기는 것이 재정의 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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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경찰서 전경. /사진제공=도봉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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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서장이 주민 만난다…"보이는 경찰 되겠다"

오랜 재정 업무로 숫자에 익숙한 정 서장이지만 경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가슴에서 (무언가) 미어터져야 한다"며 "내 가족의 일처럼 느끼고 마음이 아프면 어떻게 예방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현장으로 나서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보이는 도봉경찰'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 서장이 보고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달 11일부터 직접 도보로 관내 순찰에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 서장은 매주 화요일, 각 지구대장·파출소장은 수요일, 과장급 간부들은 목요일에 도보 순찰에 나선다.

정 서장은 지난해 번졌던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 "'경찰관이 그 순간, 그 장소에 있었다면 범죄를 저지르려 하다가도 포기했을 텐데' '내가 그 현장에 있어서 막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시민을 직접 눈을 보고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봉경찰은 주민이 있는 곳에 보여야 한다"며 "사건 하나하나에 가슴 아파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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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한규 서울 도봉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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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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