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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지배주주 거수기는 이제 그만... 앞으로 주총 이렇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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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도 밸류업]②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인터뷰

[편집자주] 올해 들어 한국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기업 밸류업' 이슈가 3월 주주총회 시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정책 확대 경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존재감도 커진다. 밸류업 정책 효과가 힘입어 주주행동주의가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머니투데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사진제공=하이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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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미 결실을 누리고 있는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와 이사회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주총에 변화의 물결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지주회사를 20년 넘게 분석해 온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사회의 변화가 변화할 경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가 실현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시장의 관심은 주총에 쏠린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밝힌 후 첫 주총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까지 12월 결산 상장 법인 중 절반이 넘는 2000개 기업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예상만큼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15일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5000억원의 자사주 매입과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1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할 것을 요구한 행동주의 펀드의 안건이 부결됐다. 같은날 다올투자증권의 주총에서도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제시한 주주안건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문제의 핵심인 이사회를 건드리는 방안이 담겨 있는 만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4월 일본은 증시 부양을 위해 거래소를 개편하고 1부·2부·마더스·자스닥 4개 체계로 이뤄진 시장을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 3개로 재편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우량한 프라임 시장에 속한 기업들은 전체 이사의 1/3 이상을 독립 사외이사로 유지하고, 이 중에서 한 명을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은 이에 앞서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사외이사는 지배주주 거수기란 오명을 썼다.

뒤늦게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일본이 먼저 효과를 본 건 이사회가 회사와 주주 전체 이익에 충실하는 선관주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적절히 이끈 덕택이다. 이 연구원은 "도쿄증권거래소는 이사회가 직접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계획하고 이를 실천했는지를 공시하도록 유도했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과 이행의 모든 절차가 이사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마련되면,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어 반대급부로 이행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로 공시해야 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이사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과거 다소 허황됐던 주주제안은 현실성을 갖추고 있고, 주총에서 소수 주주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가 관철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주주제안 건수는 재작년 대비 많았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던 건 비현실적이었기에 기관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KT&G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FCP(플래쉬라이트 캐피탈파트너스)는 싸울 의지와 명분을 모두 갖춰 IBK기업은행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함께 손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7년 만의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도 마련됐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에 투자 대상 회사가 기업가치를 중장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는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주총에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 지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오는 6월 예정된 일본 주총의 모습이 곧 한국 주총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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