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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80% 폭락' 눈물 뺀 그 주식, 또 샀다…"우린 작전세력" 리딩방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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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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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년간 중보신재그룹 주가 추이. /시각물=조수아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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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믿지는 않았어. 내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사람은 아니지. 세상에 그렇게 쉽게 돈 버는 게 어딨겠어요. 그런데 처음에 소액으로 수익이 나니까 고삐가 풀린 거야. 분명히 사기는 칠 건데 나는 조금 빨리 나오면 되겠다 생각했지. 언젠가 한 번은 떨어지겠지만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거죠."

개인투자자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해외 주식 리딩방에서 찍어준 종목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유명인을 내세워서 고수익을 약속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두 번 수익이 나다 보니 욕심이 생겨 한 종목에 3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A씨는 "피해를 복구하려고 다른 종목에 3000만원을 더 투자했다가 잃었다"라며 "어차피 종목 하나를 가지고 몇개월에 한 번씩 장난을 치는데 다시 오르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투자자를 노리고 지난 1월 새로운 대화방이 생겼다. 이름은 '홍콩 주식 작전방'. 방장은 여느 리딩방과 달리 당당하게 자신을 '작전 세력'이라고 소개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보신재그룹(HK:2439)의 주가를 다시 띄워서 주식 투자로 손해 본 금액을 메꿔주겠다고 했다. 앞서 중보신재그룹의 주가는 지난 1월 이틀에 걸쳐 80%대 폭락했다. (관련 기사: 한국인들 '줍줍'했는데 하루 만에 '-90%'…홍콩 주식의 수상한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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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개설된 '홍콩 주식 작전방' 대화 화면 갈무리(왼쪽)과 해당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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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구체적인 주가 수익률도 미리 제시했다. 당시 0.3홍콩달러대였던 주가가 2월28일까지 4배, 3월22일까지 6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설 연휴 이후 청년희망적금이 만기 되는 사람들을 노려서 해외 주식 투자를 유도하겠다며 메신저를 통해 리딩방 홍보를 하는 화면도 보여줬다. 대화방 참여자 대다수는 리딩방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손실금을 복구하기만을 바라고 있다"라며 추가 베팅에 나섰다.

방장의 호언장담과 다르게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 1월 중순 한 차례 폭락한 이후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1홍콩달러를 넘지 못했다. 이달 들어서는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0.3홍콩달러대로 내려왔다. 리딩방이 만들어진 1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이다. 중보신재그룹의 주가는 19일 오후 12시13분 기준으로 0.39홍콩달러에 불과하다. 홍콩 증시의 약세와 함께 중보신재그룹의 주가도 전일 대비 1%대 하락했다.

리딩방에서 약속한 기간이 지났지만 '희망 고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참여자들이 "이제 끝난 거냐", "내 인생을 살려달라"고 호소하자, 방장은 "알바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다들 코인을 하느라 주식을 안 사고 있다"라며 "5월까지 작전이 연기됐으니 조금만 버텨보라"고 했다. 또 "다음에는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된 종목 하나를 골라서 작전을 하려고 하는데 각자 투자 금액이 얼마씩 있냐"고 묻기도 했다.

해당 리딩방 참여자처럼 일부 해외 주식 리딩방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같은 종목을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1일부터 3월18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홍콩 주식 3위는 중보신재그룹이다. 매수 규모는 1530만 5153달러(약 204억6911만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매수세는 주가 폭락 이전인 지난 1월 초순에 몰렸지만, 최근 한 달 동안에도 중보신재그룹은 홍콩 주식 매수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반복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에도 많이 투자하는데 이같은 경우는 (사실관계 파악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리딩방 업자가 돈을 받지 않았다면 결국 투자자가 시장에 떠도는 풍문에 현혹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불공정거래라고 하더라도 종목이 해외 주식이라 조사 권한이 국내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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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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