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사·기소 분리’ 조국혁신당 ‘기소청으로 전환’ 공약…총선 후 입법 예고
여당, ‘무능 프레임’으로 공수처 공격…전문가 “정책 고민 부족한 정치 구호 그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10 총선에서도 검찰은 뜨거운 감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검찰 독재국가”로 규정하며 심판론을 주장한다. 특수부 검사 출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범죄자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반박한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아예 검찰개혁을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건희 특검’ ‘한동훈 특검’ ‘이종섭 특검’ ‘대장동 특검’ 등 특검 주장이 넘친다. 검찰개혁 공약이 많지만 충분한 고민과 검토 없이 ‘정치적 슬로건’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낸 공약집에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면서 ‘검찰개혁 완성’을 명시했다. 검찰 권한 분산을 위한 ‘수사·기소권 분리’가 핵심이다. 2022년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다시 넓혔다. 이에 민주당은 또 법을 고쳐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 공약은 더욱 구체적이다.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전환해 경찰 수사 통제 기관으로 만들고,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권은 ‘완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검찰권 행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해 검사장 직선제와 기소배심제 도입도 내걸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22대 국회 입성 후 첫 행동으로 다짐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검찰 수사권 축소는 ‘민주당의 입법폭주’라고 규정해 왔다. 부정부패, 범죄 척결을 위해 검찰 수사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공약집에서 검찰제도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 등 흉악범죄 처벌 강화,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 다중피해자 대상 사기범죄 가중처벌 및 범죄수익 박탈 등 안전 관련 대책에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검찰개혁이 정치적 구호로서만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총선 과정에서 검찰개혁이 정치적 희화화의 대상으로 여겨지면서 오히려 진정한 검찰개혁의 필요성까지 시민들에게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의 성과가 어떤지 평가하는 기회도 없었는데 지난 정부의 틀을 갖고 검찰개혁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현 상태에서는 검찰개혁보다 수사절차에 대한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게 필요한데 그런 이야기는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검찰개혁을 하려면 정교한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개혁이라는 슬로건만 걸었지, 당내에서 연구나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 의문”이라며 “방향이 안 보인다”고 했다.
총선 결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로 설치된 공수처를 ‘무능’ ‘세금 낭비’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공수처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도 검찰개혁 쟁점 중 하나다. 지난해 말 배우 이선균씨가 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이 문제는 여야 모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야권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다며 검사들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고 제도 보완을 추진해 왔다. 국민의힘도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브리핑이 피의사실 공표라고 문제 삼았다.
조국혁신당은 ‘이선균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조국혁신당은 “인권보호 수사준칙, 형사사건 공보 규정 등 관련 훈령을 입법으로 격상하겠다”며 “불법적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혜리·이보라 기자 lhr@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온전히 나로 살 수 있는 ‘자기만의 방’, ‘방꾸’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