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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단독]“불법체류 피하려 일단 난민소송”… 대법 행정소송의 42%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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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진행 기간 ‘불법체류자’ 면해… “가톨릭 개종” 세례명은 답못하기도

“난민신청 활용해 한국서 돈벌이”

브로커-일부 변호사들도 부추겨

‘진짜 난민’ 심사 밀리는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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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전체 행정소송 가운데 외국인들이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의 비율이 4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소송은 세금 부과나 산업재해·난민 불인정 등 정부의 행정처분이 정당한지를 다투는 절차다. 난민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불법체류’에서 벗어나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보니 무분별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부 브로커들과 변호사들이 이를 영업 수단으로 삼아 돈벌이에 나서면서 행정·사법력과 비용 낭비가 심해지고, 실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대법 행정소송 10건 중 4건은 난민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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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무부의 난민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낸 난민소송은 지난해 대법원 전체 행정소송의 41.8%를 차지했다. 대법원에서 처리되는 전체 행정소송(3526건)의 절반(1475건) 가까이가 난민소송인 셈이다. 2013년 난민법 시행 후 2014년엔 비중이 1.6%에 불과했지만 2016년 20.6%, 2021년 31.2%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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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이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을 파기한(뒤집은) 경우는 지난해 한 건도 없었다. 2014년부터 10년간 파기율도 0.27%로 전체 행정사건 평균(3%)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승소 가능성이 낮은데도 3심까지 가는 건 법무부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은 국내 체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인종, 종교, 정치적 박해 같은 난민 인정 사유가 없음에도 난민신청과 소송을 진행해 체류자격을 얻은 뒤 국내에서 돈벌이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난민소송의 항소율은 61%, 상고율은 67.7% 수준으로 행정소송 평균(33.3%, 49.7%)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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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 개종했다면서 세례명 묻자 침묵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의 난민재판을 살펴본 결과 정말로 난민인지 의심스러운 외국인들이 상당수였다. 12일 난민 재판에 나온 한 카자흐스탄인은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으로 개종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다니는 성당명과 세례명을 말해달라”는 재판부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21일 난민 재판에서 한 태국인은 마피아 조직원이던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거부한 뒤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나 사법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없다”고만 했다. 인도인 난민 신청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토지를 친형이 내놓으라고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지난해 인도에 다녀온 기록이 있었다.

재판에 불출석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판결 후 다시 난민을 신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12일 심리를 진행한 19건의 난민소송 중 9건은 당사자가 나오지 않아 재판 일정이 1∼2개월 뒤로 밀렸다. 난민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애초에 난민 신청 사유가 아닌 경우가 너무 많아 진짜 난민들에게까지 선입견이 씌워질까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 브로커-변호사 개입해 소송 남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을 신청한 1만8838명 중 1만5864명(84.2%)이 관광, 가족 방문 등 목적의 무비자 또는 단기비자로 입국해 난민신청서를 냈다. 한 난민 전문 변호사는 “상당수가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제주지법에서 유죄가 확정된 제주의 한 성매매업소 운영자의 판결문에는 태국 여성 8명 중 4명이 ‘난민신청’ 비자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브로커들과 일부 변호사들은 난민 사유를 허위로 꾸며주며 소송을 부추긴다. 카자흐스탄인 2명 등 브로커 3명은 외국인 149명의 허위 난민신청을 알선하고 1명당 80만∼150만 원을 받은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지난해 구속됐다. 외국인 184명에게 1인당 200만∼300만 원을 받고 허위 난민 신청을 도운 변호사가 2021년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 난민’으로 인한 피해는 상황이 절박한 ‘진짜 난민’들에게 가고 있다. 이집트인 칼리드(가명) 씨는 민주화 운동으로 정권의 탄압을 받은 뒤 2018년 한국으로 와 난민을 신청했다. 그는 본국에서 받은 판결문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법무부는 ‘판결문이 진짜인지 증명할 길이 없다’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행정소송 끝에 2022년에야 1심에서 난민으로 인정됐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난민 전문가인 강성식 변호사는 “돈벌이를 위해 난민소송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정작 본국에서 실제 박해를 받은 난민은 난민 인정이 어려워지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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