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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의-정 해법, 오전엔 “법과 원칙” 오후엔 “유연한 처리” [3월25일 뉴스뷰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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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권태호의 뉴스뷰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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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3.25) 아침 가장 큰 뉴스는 크게 2가지입니다. 국내 이슈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공의 면허정지, 유연한 처리 해달라”는 지시로 인해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되는건가'라는 예측과 원인분석이 가장 큰 관심(6곳)입니다. 해외 이슈로는 지난 금요일 일어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5곳) 관련 뉴스가 1면에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다급한 여권, 윤 대통령 달라지나
② 시선, 클릭!
-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이야기
- 사과값 떨어지니, 바나나값 오른다고?
- 신입 입사지망자에게 ‘직무경험’ 요구
- ‘흑인 인어공주’, 디즈니 PC 논란
③ Now and Then : Blowin’ in the wind(밥 딜런, 1963)





① 차이의 발견





# 다급한 여권, 윤 대통령 달라지나?



- 여기에선 주로 정치적 해석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윤 대통령, “면허정지, 유연한 처리” 지시



1) 어제(일) 상황



- 오전 8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법과 원칙이 있기 때문에 (면허정지)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KBS ‘일요진단 라이브’)



- 오후 4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전국의과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신촌 세브란스병원)



- 오후 5시, 한 위원장 “국민 피해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료계 건설적 대화 중재 요청 받았다”



- 오후 6시, 대통령실 “한동훈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언론공지)



- 오후 7시30분, 국무총리실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진행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 오후 8시, 보건복지부 “의료공백이 최소화 되도록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보도자료)



- (*)반나절만에, 정부 입장이 정반대로 뒤바뀐 셈입니다.



2) 긴밀한 당-정 협력?



- 정부가 정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것에 대해 환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직전까지 이종섭 대사 건으로 입씨름을 하고, 비례대표 순번을 놓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모습을 보면, 이번이야말로 ‘약속 대련’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최근 거듭된 대통령발 리스크로 여론악화가 심상치 않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통령실이 뒤늦게 당과 협력하고, 그 과정에서 ‘한동훈 띄우기’에 동조하고 있는 것처럼 비칩니다.



- 25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을 하루 앞두고 지금까지 ‘강대강 일변도’로 나가던 방침에서 급정거하는 모양새입니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이 본격화되면 처음엔 의사들을 욕하지만, 곧바로 ‘정부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정부가 의료계 반발과 의료공백 대응을 잘하고 있냐는 질문에 ‘잘못하고 있다’(49%)가 ‘잘하고 있다’(38%)를 앞서고 있습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수 이상이 ‘의대 증원’을 찬성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 갈등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이와 함께 국민의힘의 대통령실 비판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실과의 거리두기를 위해 더 거센 요구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용산’의 위기감도 작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 또 윤 대통령이 그간 자신의 강경한 입장을 돌이키는 과정에 한동훈 위원장을 중간에 내세워, 윤 대통령 입장에선 ‘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한 위원장 입장에선 ‘중재자 역할’을 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어, 일종의 윈-윈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듯합니다.



3) 의-정 대치는 어떻게 푸나?



- 그러나 문제는 ‘해결하는 모양새’ 외에 ‘실제로 어떤 결과’를 도출하느냐 입니다.



- 발단은 ‘의대 2000명 증원’입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대응했습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에는 변함없다고 했습니다.



- 그 다음으로, 의대 교수들이 원래 오늘(25일, 월)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했고, 정부는 병원 이탈한 전공의 대상으로 내일(26일, 화)부터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 정부가 ‘면허정지 처분’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하니,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서 제출을 유보하는 형태로 한 걸음씩 서로 양보하는 모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이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모르지 않을테고, 또 의사들이 단일화된 집단이 아니므로 일괄적인 통일 행동을 보일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 무엇보다 문제는 도돌이표처럼 ‘의대 2천명 증원’은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2가지 방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대화체’를 만들어 일단 파국을 막고, 총선 전까지 의료 공백이 더 심해지지 않는 선에서 유지하면서, 총선을 넘기는 방안입니다. 사실상 해결된 건 없지만, ‘곧 해결됩니다’라는 목소리를 높여 여론악화를 막고, 지지층 결집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비일 뿐, 큰 폭의 여론 반등까지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 좀더 효과를 내려면, ‘극적인 타결’을 총선 직전에 이뤄내야 합니다. 구체적 방안은 총선 이후로 미루더라도, 최소한 의-정 대표가 서로 손을 잡고,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하는 장면이 TV와 신문 1면 사진에 크게 실려야 합니다. 그럴려면, 정부가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합니다. 의사들은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일 원점으로 돌린다면, ‘그러면 뭐하러 이 난리를 피우고, 도대체 한 게 뭐야’라는 식이 돼 오히려 무능을 광고하는 꼴이 됩니다. 총선 악재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정부로선 진퇴양난입니다. ‘인원을 조금 줄이거나, 점진적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순 있습니다. 그러나 파트너가 있고, 심리싸움도 진행돼 이 결정을 내리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를 총선 전에 급결정해 급타결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 수준입니다. 아울러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 이슈를 이렇게 정치적 고려만으로 급하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총선 전 ‘타결’은 쉽지 않고, 따라서 ‘타결’은 안 됐지만, ‘타결 같은 느낌’을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 입장에선 ‘2000명’만 제외하고 다른 ‘선물’은 무엇이라도 다 주겠다는 마음일 것입니다. 이 역시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합니다. ‘의대 2000명 증원’은 목적이 아닌, 수단입니다. 목적은 지역·필수 의료 보장입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안이 그렇듯 ‘수단’이 ‘목적’이 되고, 그 ‘수단’만 달성되면, ‘목적’이 다 이뤄진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정책 사안뿐 아니라, 개별 기업이나 개인 입장에서도, 난관에 봉착하게 되면, ‘우리의 목적이 뭐지’라고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 (*) 부차적 얘기가 될런지 모르겠으나, 나라의 주요한 정책이 반나절 만에 뒤바뀌고, 그리고 그 결정이 국가시스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당 대표가 요청하면, 대통령이 총리에게 ‘지시’하고, 이후 정부 부처에서 정반대로 공식자료를 내고 하는 것들은 너무 후진적 모습입니다. 왕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대화를 시도하며 대안을 모색하려는’ 정부와 여당 움직임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게 아닙니다. ‘전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일 수도 있겠으나, 절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늘 하는 말입니다만,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4) 언론보도



- 각 신문들의 1면 제목을 보면, 경향 한국 동아일보 등이 1면 큰제목에서 ‘한동훈’을 언급해 이 사안의 성격을 정치적으로 의미부여 했습니다.



경향 = “당과 협의해 전공의 유연 처리”…윤 ‘의·정 중재’ 한동훈 띄우기
한국
= 尹 “전공의 면허정지 유연하게 처리” / 한동훈 요청에 응답...출구전략 모색
동아 = 尹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연하게”…한동훈 요청 수용
한겨레
= 윤 “유연한 처리 모색” 전공의 면허정지 유보
중앙 = “면허정지 유연 처리” 대통령 유화 제스처
조선 = 尹 “면허정지 유연하게… 의사와 대화하겠다”



- 안쪽 3, 4면 해설 기사 제목도 비교가 됩니다. 한겨레와 경향은 이를 ‘총선 전략’으로 해석했고, 조선일보는 한동훈 위원장을 부각시켰습니다.



한겨레 = ‘의료공백 총선 악재될라’…한동훈 앞세워 출구찾기(4면)
경향 = 한 요청하고, 윤 즉각 수용…의·정 갈등 풀기로 총선 돌파구 찾나(4면)
조선 = 교수들 “정부 안 변해” 만남 취소 요구… 한동훈 “날 믿어달라” 설득(3면)



## 주기환 특보 임명



- 그런데 한동훈 위원장 요청을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수용해 ‘전공의 면허정지 유연처리’를 당부하는, 이러한 긴밀한 협력관계는 직전에 있었던 일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목요일, 민생특별보좌관(민생특보)직을 신설해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을 임명했습니다. 주기환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2003년 광주지검 특수부에 있을 때 수사관으로 함께 근무했고,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도 함께 일한 적 있습니다. 떨어져 있을 때도 자주 만나는 등 ‘20년 지기’로 “속내를 털어놓는 관계”라고 합니다.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 2022년 지방선거에선 광주시장 국민의힘 후보로도 출마했습니다. 검찰 수사관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아니라면, 검찰 수사관 중에 이런 출세가도를 달린 이가 있을까요. 주 전 위원장 아들도 대선 캠프에 이어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습니다.



- 그 직전에 친윤계 이철규 의원이 비례대표 순번을 놓고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반발했습니다. 그때 내세운 게 ‘호남 인사 배제’였습니다.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이때 말하는 ‘호남 인사’가 주기환입니다. 주 전 위원장이 어떻게 국민의힘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인사가 되는지도 의문입니다. 어쨌든, 주기환을 별도로 부탁했는데, 당선 밖인 24번에 배치한 것에 대한 불만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비례순번을 조정하면서 ‘호남 인사’인 조기숙 전 의원을 앞순위에 재배정했습니다. ‘용산’ 입장에서는 우롱당하는 느낌이 들진 않았을까요. 그러자 주 전 위원장은 비례대표 순번을 사퇴했고, 이어 대통령실이 주 전 위원장을 민생특보로 임명합니다.



- 비례대표 순번도 그렇지만, 대통령직 특보를 이런 식으로 임명해도 되는 걸까요. 민생특보는 없던 직책을 만든 자리인데, 그런데 주 전 위원장이 ‘민생’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하려면 차라리 ‘검찰 특보’ 자리를 만들 것이지 말입니다.



- 이와 관련해 한겨레, 한국일보가 토요일치에, 그리고 토요일치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경향신문은 월요일치에 관련 사설을 쓰면서 이 문제를 함께 지적했습니다.



한겨레 = 공천 못 받은 ‘최측근’ 민생특보 임명, 대통령이 사적 채용하는 자리인가
한국 = 비례 갈등 ‘20년 지기’ 대통령 특보 임명, 위인설관 아닌가
경향 = 민생토론·민생특위·민생특보, 뭐 하다 총선 앞에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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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선, 클릭!





#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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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기사는 임금 기사가 아닌, ‘빅테크 회사들 여전히 어렵다’ 기사입니다. 어려워서 ‘네이버, 카카오 임원급여’가 반토막 났다고 합니다. 반토막 나서 연봉 12억원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평균 연봉도 깎여서 각각 1억1900만원, 1억100만원입니다. 빅테크 뿐 아니라, 돈을 많이 버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이런 구조가 어떻게 가능한지, 그렇다면 이런 구조의 애꿎은 피해자는 없는지도 같이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행복감이 높아지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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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 직원들 임금 깎아서 문제 해결하라’는 식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이는 전형적인 노-노 갈등을 유발하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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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지원자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이유도 ‘연봉’입니다. ‘안정감’ 때문에 택했는데, 월급이 너무 ‘안정적’인거죠. 요즘 젊은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직장 선택의 첫번째 이유가 ‘연봉’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의 시대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 봅니다. 가치의 다원화도 필요하지만, 한편에서는 물질적 토대의 변화도 필요해 보입니다. 직원 월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과 인적 인프라는 점점 위축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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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투자’가 일반입니다. 적은 연봉을 벌충하겠다고 ‘빚투’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다들 무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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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과 무관한 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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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값 떨어지니, 바나나값 오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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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신입은 어디서 ‘직무 경험’을 쌓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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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인어공주’가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영화나 미니시리즈를 보면, 가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영국 왕족으로 흑인 남편-백인 아내, 그리고 혼혈 아이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귀족들의 연회에 1/3 정도가 흑인인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백인 시종이 흑인 귀족의 시중을 드는 것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뭔 이야기지? 역사 속 흑인 귀족 이야기인가?’라는 혼란스런 생각에 몰입이 안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사회의 PC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이 때부터 ‘백설공주’를 보면서 ‘흰 것은 아름답고 선한 것’, ‘검은 것은 악하고 추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흑인들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반대로, 흑인과 백인이 함께 뒤섞여 있는 것을 어릴 때부터 무심코 보게 된다면 ‘흑-백 공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하지만 저 개인 의견은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것에까지 과도한 의도를 드러내거나 주입하는 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그 또한 오히려 이념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흑과 백을 인위적으로 섞어놓는 것은 ‘흑이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술에서의 이런 시도가 이런 마이너리티 개념을 불식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으나, 자칫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이런 시도가 오히려 ‘흑과 백은 이제 평등하다’는 착시 효과로 이어지거나, 반대로 ‘백래시’에 합리성을 부여해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갈등 많은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아직까지는) 인종 문제가 없는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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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지난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한 공연장에서 괴한들이 난입해 관객들에게 자동소총을 난사해 133명이 숨졌습니다.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이 배후라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체첸 진압 등 중앙아시아 무슬림 강경진압에 저항하는 것이라 하는데, 그 대상이 무고한 일반시민이라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콘서트장에 들어온 그 무고한 시민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엄마 품에 안겨 숨진 아이들도 3명이나 있었습니다. 붙잡힌 용의자 중 한 명은 우리 돈으로 730만원 가량(50만루블)을 받는 것을 대가로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나마 실제 받은 돈은 그 절반 가량입니다.



9·11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최근 들어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갑작스런 테러로 죄없는 시민들이 국제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미국이 2주 전에 러시아에 테러 위협을 경고했으나, 러시아는 오히려 미국이 혼선을 주거나 협박하려는 것으로 간주했다고 합니다. 미-러 관계가 좀 더 긴밀했다면 대테러 공조로 미리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신냉전, 국제사회의 균열은 그래서 위험하고 불안합니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중동은 물론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러 위협이 덜한 지역이긴 합니다만,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우크라이나와 연결지으려 합니다. 테러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책임론을 피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양새입니다.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을 이런 식으로 이용해도 되는 것인지.



오늘 영상은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1963) 입니다. 다음과 같은 노랫말이 이 노래를 대표적인 반전 가요로 만들었죠.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 balls fly / Before they're forever banned?’(얼마나 많은 포탄이 떨어지고 나서야 / 영원히 사용금지가 되나요?), ‘How many deaths will it take till he knows /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될까요?)



밥 딜런은 이 노래를 만들면서, ‘이 노래는 저항가요로 만든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1960년대 베트남전 반전 시위를 거치며 이 노래가 대표적인 반전 가요가 됐지요. 피터 폴 앤 메리, 존 바에즈, 엘비스 프레슬리, 스티브 원더의 R&B 버전까지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했고, 한국에선 트윈폴리오, 서유석 등이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제목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에도 이 노래가 나옵니다. 포레스트의 애인 제니가 “나는 존 바에즈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라고 했는데, 몇 년 뒤 미군 바에서 벌거벗은 채 벗은 몸을 가리는 역할도 하는 기타를 치면서 미군들의 성희롱을 견디며 이 노래를 부르죠. ‘저 노래가 저런 식으로 불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놀라기도 했고,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네요.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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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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