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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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증보도’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자체 서버에 보관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같은 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에게서 압수한 노트북도 자체 서버에 통째 저장한 정황이 추가 확인됐다. 위법한 영장집행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검찰은 ‘원본성 입증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같은 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는 압수 직후 삭제한 정황도 발견됐다.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 범위를,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지키거나 무시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강백신)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쪽에 ‘전자정보 삭제·폐기 또는 반환 확인서’를 두 차례 교부했다. 확인서를 보면, “분석 및 파일 탐색 복제 출력을 위해 임시 생성된 파일 및 폴더 등 전부 이미지는 주임검사의 지휘 내용에 따라 법원 검증용으로 별도 보관”한다고 적혀있다. 압수한 허 기자 노트북(지난해 12월)과 데스크톱 에스에스디(SSD) 카드(1월)에 있는 정보 전체를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디넷)에 올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들 자료에는 압수영장이 허용하지 않은, 혐의 무관 정보가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허재현 기자가 노트북 압수 절차를 마친 뒤 검찰로부터 교부받은 ‘전자정보 삭제·폐기 또는 반환확인서’. 검찰은 “전부 이미지는 주임검사의 지휘내용에 따라 법원 검증용으로 별도 보관”한다고 적시했다. 허재현 기자 변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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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자기기의 데이터를 ‘통째 저장’했다면 위법한 압수영장 집행이다. 법원이 발부한 허 기자 압수영장에는 ‘혐의사실 관련 전자정보 탐색이 완료되면 목록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는 바로 삭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압수한 전자정보 탐색이 끝나면 선별 자료 외에는 모두 삭제해야 한다. 남기면 법원 영장에 반하는 위법한 영장 집행이다”라고 말했다.
허 기자 변호인은 “검찰이 전체 자료를 언제 삭제할지 (피의자는) 알 수가 없다”라며 “선별된 자료 외 전체 정보를 토대로 추후 별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허 기자의 노트북 전체 정보가 디넷에 25일 현재 저장되어 있는지 등을 묻기 위해 대검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연락하였지만 답하지 않았다.
허 기자는 지난 대선 시기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2011년 대검 중수부 소속 검사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진행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로 활동한 인물의 범죄 혐의를 알고도 덮어줬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한 바 있다. 검찰은 허 기자가 보도한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검찰은 비슷한 시기에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에게는 ‘압수수색 직후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삭제했다’는 확인서를 발급해줬다. 23일 대검찰청은 “공판과정에서 증거능력 다툼의 소지에 대비해 전자정보 이미지 파일 일시 보관이 필요하게 됐다”며 ‘영장 범위 외 전자정보 보관’을 합리화했는데, 이에 배치되는 정황이다.
대검은 이날 입장을 내어 ‘전체 이미지파일이 없으면 공소유지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무관정보는 별건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이미지파일은) 해당 검사실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접근·사용할 수 없도록 기술적·절차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범야권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등을 민간인 불법 사찰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같은 날 조국혁신당도 ‘검찰의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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