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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인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에 1000억원이 넘는 지분 투자를 단행했으나 3개월 만에 57억원의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27일 슈퍼뱅크 지분 10.05%를 1033억원에 사들였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에 대한 투자 사실을 공개할 당시, 투자 금액은 양사의 합의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산했으나, 이를 넘어서는 1000억원 가량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3549억원)의 3분의 1가량이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인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 컨소시엄을 최대 주주로 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이다. 그랩과 동남아 사업 협력의 일환으로 투자를 진행했다는 것이 카카오뱅크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슈퍼뱅크 지분 장부가액을 976억원으로 취득 원가 대비 57억원 낮춰 잡았다. 장부가액이란 장부, 곧 재무제표상 자산의 가격을 말한다. 보통 비상장 기업의 경우 현재 영업실적 및 미래 예상 실적 등을 고려한 현금흐름을 추정해 장부가액을 산정하는데, 슈퍼뱅크의 적자 폭이 커지는 점을 반영해 장부가액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슈퍼뱅크가 공시한 연도별 재무제표에 따르면 슈퍼뱅크의 연간 당기순손실은 2020년 약 1억900만원(12억7600만루피아), 2021년 35억5500만원(417억7000만루피아), 2022년 120억8300만원(1419만8700만루피아), 지난해 196억3200만원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슈퍼뱅크의 장부가액이 낮아진다고 해서 당장 카카오뱅크의 영업이익이 줄지는 않는다. 재무제표 손익계산서상 일종의 미실현 손익인 ‘기타포괄손익’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이익 또는 손실인 만큼 당기순이익으로 잡지 않는다. 대신 자본 규모에 변동이 생긴다. 장부가액이 낮아지는 만큼 자본이 줄어든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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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뱅크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디지털은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슈퍼뱅크의 전신은 지난 1993년 설립된 ‘파마 인터내셔널 뱅크(PT Bank Fama International)’로, 현지 미디어 기업인 ‘엠텍’이 2021년 이 은행을 인수했다. 이듬해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 컨소시엄이 지분 투자를 단행했으며 지난해 3월 디지털은행으로 전환을 선언, 사명을 슈퍼뱅크로 변경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슈퍼뱅크가 디지털은행으로 전환하는 상황이라 인재 영입, 기술 투자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늘어 당기순손실이 났다”며 “국내 인터넷은행들도 출범 후 흑자 전환까지 수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은행 영업 경쟁이 과열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4대 상업은행(만디리·BRI·BCA·BNI)이 과점하고 있으며, 디지털은행만 20여개로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점유율 1위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계열사 BTPN이 운영하는 ‘지니어스’로 2021년 기준 점유율이 64.2%다.
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디지털 침투율은 매우 높으나 계좌 보유율이 50%대로 낮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며 “그만큼 디지털은행으로 전환하려는 은행도 수백 곳이 넘는 등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당장 수익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김보연 기자(kb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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