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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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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재건축·교통 호재에도 12주 연속 집값 하락한 평촌… “분담금 부담에 공급 과잉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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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건축은 ‘언젠가는 하지 않겠냐’하는 정도지 주민들이 큰 기대를 안 해요. 요즘은 거래 문의 자체가 안 들어와요.”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A공인중개사업소 관계자)

지난 25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평촌역에서 4호선 범계역 방향으로 걷다 보니 평촌 중앙공원 인근으로 구축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었다. 중앙공원을 지나 도착한 학원가도 구축 아파트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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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학원가와 인근 아파트 단지.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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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인근에 있는 A공인중개사업소에 찾아가 관계자에게 최근 집값 추세나 주민들 반응이 어떤지 묻자 “거래가 거의 없다. 집을 내놓는 가격을 보면 떨어지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해 지금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평촌·산본·중동·일산)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정비법) 시행을 예고했지만, 대상이 되는 평촌 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평촌신도시가 있는 경기 안양 동안구 아파트 매매 가격이 12주 연속 하락했다. 전주 대비 경기도 내에서 가장 큰 폭(-0.18%)의 하락을 기록했다. 올해에만 누적 1.49% 하락했다.

평촌은 1기 신도시에 포함돼 정비사업에 대한 호재가 예정된 지역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다음 달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 시행된다.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노후계획도시에 대한 대규모 정비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6월부터 공모를 받아 선도지구를 지정한다.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정부에서 2030년까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정비사업을 지원한다.

각종 교통 호재도 예정돼있다. 안양에는 GTX-C노선 금정역, 동탄인덕원선 호계역, 월곶판교선 복선전철, 인동선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학원가를 갖춘 학군지로 경기 지역 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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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아파트 단지.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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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이 같은 호재들에도 고금리, 경기 침체, 공사비 상승 등의 이유로 분담금 부담이 커 투자 심리가 줄어들었고,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B공인중개사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정책을 시행해도 평촌은 빨리 될 거라는 기대감이 없다”며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뉴스에 1기 신도시 관련 정책이 나와도 큰 반응이 없다”고 했다.

B공인중개사업소에서 만난 주민 이모(50)씨는 “공사비·자재비가 워낙 올라 재건축이 되더라도 분담금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분담금을 낼 만큼의 여유자금이 없어서 부담된다”며 “마음 같아서는 (재건축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평촌 지역 공급 과잉도 집값 하락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안양 입주 예정물량 8196가구 중 5460가구가 동안구에 집중돼 있다. 올해 서울 입주 예정물량인 1만1107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B공인중개사업소 관계자는 “학원가에서는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최근 안양 지역에 신규 공급이 많았고 올해도 예정 물량이 많다”며 “근처 아파트 대형 평수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중·소형 평수 단지들이 집값에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공사비와 건축비가 많이 오른 상황이라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져 재건축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30대들이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고 재건축을 기대한 아파트 투자를 안 하는 추세인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건축했을 때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느냐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 시장상황이 분담금 부담 등으로 인해 가격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며 “평촌지역은 특히 다른 선도지역과 비교했을 때 규모 등에서 약점이 있어 가격이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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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인근 아파트 단지.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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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 기자(rhin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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