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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갑자기 중도금 이자 내라”…부도위기 건설사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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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신청 새천년건설
공사중단에 분양자 ‘발동동’
환급·공사재개 결정 두고
분양자들 ‘협의회’ 만들래도
건설사 “개인정보 제공못해”

분양사고때 대처법 지원 절실


매일경제

새천년종합건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아산 아르니퍼스트 공사 현장. [제공=매부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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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종합건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아산 아르니퍼스트 공사 현장. [제공=매부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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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종합건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아산 아르니퍼스트 공사 현장. [제공=매부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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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아르니퍼스트 입주예정자들은 분양자를 찾기 위해 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걸었다. [제공=아르니퍼스트 입주예정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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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 무이자라 했는데 내 집도 못 들어가고 이자는 내야 하고 정말 답답합니다.”

2년 전 ‘아산 아르니퍼스트’를 분양받은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룬다. 내년 준공 예정 아파트 입주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근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시공사 새천년건설이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처해 건설사가 부담하던 중도금 이자를 분양자들이 내야 한다는 것. 김 씨는 “분양자들은 갑작스러운 이자 통보에 고통스럽다”며 “하루빨리 사업장이 정리돼 환불받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휘청대며 사고 사업장이 늘고 있다. 내집 입주를 기다리던 분양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 대처법이 막막하다는 것. 분양자들끼리 협의해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서로의 존재를 알 수가 없어 사태 수습에 애로를 겪는다.

지난달 도급순위 105위 새천년종합건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이 건설사가 짓고 있던 아파트 공사는 올스톱됐다. 아르니퍼스트도 그중 하나다. 이곳은 새천년건설이 2022년~2023년 분양한 10년 임대 분양전환 아파트다. 내년 입주를 앞두고 공정률 32%에서 중단됐다. 분양 당시 중도금 대출은 무이자 조건이었다. 그런데 새천년건설이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자 건설사가 내오던 중도금 이자를 이달부터 분양자들이 떠안게 됐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정식으로 그 기업의 회생 절차를 시작하기 전 당사자 자산을 모두 동결하는 것이다.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매달 50만~70만원가량 이자가 발생한다고 은행에서 통보받았다. 사업장이 정리가 안 되는 한 우리가 계속 이자를 내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했다.

문제는 공사가 중단된 경우 환급이든 공사 재개든 사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분양자들이 협의해 결정할 일이 많은데 분양자 협의체 구성조차 힘들다는 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을 받은 사업장은 건설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HUG가 사고 사업장을 지정하고 정상화한다. 이 과정에서 분양자 동의는 필수다.

일반적인 분양주택은 사업이 중단되면 HUG가 분양자를 대상으로 HUG가 시공사를 변경해 사업을 지속할지, 납부한 분양금을 환급받을지 선택하게 한다. 환급받으려면 분양 계약자 3분의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HUG가 분양대금을 환급하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뒤 추후 분양을 다시 해서 환급금을 회수한다. 임대 아파트 분양 사업장은 HUG가 환급이행을 기본으로 분양자 개인에게 동의를 구한다. 단, 공급촉진지구 민간매입임대주택은 계약자가 임대 혹은 환급을 선택해야 한다.

이처럼 분양 계약자들은 상황에 따라, 공사재개, 환급, 임대 등 선택해야 할 일이 많은데 건설사 부도 등의 이유로 사업이 멈춰 섰을 때 계약자간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모을 협의체가 없어 애를 먹는 것이다.

아르니퍼스트 계약자들도 공사중단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한 일은 계약자를 찾는 것이었다. 박노식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는 “건설사에 분양자 명단을 알려달라 했지만 개인정보보호 등 이유로 거부했다. 아산시와 HUG도 모른다고 했다. 우리 같은 개인이 분양자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냐”고 했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은 아파트 공사 현장과 천안 대로변에 분양자를 찾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지역 SNS나 각종 모임에 분양자를 찾는다는 글을 올려 계약자를 모았다.

박 대표는 “너무 사태가 심각해 사비까지 쓰며 계약자를 찾아 겨우 3분의 2 이상 모았다”며 “건설사가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데 이런 사태 때 분양자 개인이 할 일이 없다. 분양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보를 공유해주고, 향후 절차를 안내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00가구 넘는 아파트에서 저런 사고가 나면 분양자들 모으는 게 정말 힘들다. 분양상담사들은 사업 현장을 이미 떠났고, 사고 현장은 건설사가 연락이 잘 안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분양자들은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식으로 단톡방이나 인터넷에서 무작정 사람을 모을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경기가 안 좋아서 사고 사업장이 계속 생길 수 있으므로, 비상시에 분양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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