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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이슈 미술의 세계

[책]고장난 뇌, 과연 비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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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흑역사

마크 딩먼|324쪽|부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자신은 이미 죽었다며 장례를 치러 달라는 ‘힐데’, 13년 동안 고양이로 살아온 ‘데이비드’, 숟가락으로 이를 닦고 칫솔로 밥을 먹는 ‘로널드’, 절단 욕구로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다 결국 손 전체를 잘라낸 ‘칼’….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놀랍게도 모두 실존 인물이다. 외상, 종양, 감염, 뇌졸중 등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뇌가 손상됐다고 이상한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서번트 증후군 환자는 음악, 미술, 수학 등에서 특출난 능력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뇌는 경험을 바탕으로 대량의 정보를 범주화하고 필요한 정보만 지각하지만,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은 그렇지 않다. 여과되지 않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일반적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한다.

뇌의 메커니즘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신경과학 전문가인 저자는 “뇌를 연구하면 할수록 ‘정상적인 뇌’라는 개념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도 결국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이 겪는 일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자신의 정신이 일관되고 안정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자신 안에 여러 자아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인간은 모두 어떤 면에서 불완전하다.

뇌의 세계는 진짜 모습을 온전히 알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하다.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수 있다. 저자는 “할 수 있을 때 뇌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몸을 움직이자”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그 이면에 감춰진 ‘뇌’의 비밀을 살펴본다면 인간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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