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서울금연지원센터장 인터뷰
김혜경 서울금연지원센터장은 “니코틴이 적게 들었다는 이유로 액상담배를 자주 피우게 되지만 흡연 분량을 측정하기 어려운 구조라 위험하다”며 “세상에 괜찮은 담배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금연지원센터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직장인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은 하루 최소 40분입니다. 평균 연봉 대비 시급과 비교하면 기업은 1년에 한 달 치 월급을 손해 보는 셈이에요.”
김혜경 서울금연지원센터장(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은 22일 동아일보와 만나 직장 내 금연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금연지원센터는 4기 공모 사업을 통해 올 1월 이화여대에 설치됐다. 기존 금연 지원 사업은 병원 중심으로 이뤄져 지원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부터는 기업, 학교같이 일상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 흡연자는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흡연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2023 담배 폐해 국제 심포지엄’ 자료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국내 하루 평균 사망자는 159명으로 연간 6만 명에 이른다. 심지어 담배는 지구온난화에도 악영향을 준다. 담배 산업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 8000만 t이나 되고 담배 필터에 함유된 미세 플라스틱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김 센터장은 “금연은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니라 기업이나 학교 같은 조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흡연자들의 사교의 장으로 여겨지는 일명 ‘담배 타임’이 잦은 조직일수록 흡연 횟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금연 결심이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금연지원센터는 기업 내 금연 환경 조성을 위해 ‘찾아가는 금연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경제성 평가 서비스다. 근로자의 흡연율, 평균 연봉 정보 등을 조사해 흡연으로 발생하는 휴식시간에 따른 기업 손실을 계산해준다.
학교로도 직접 찾아간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학생들이 흡연 청소년과 직접 만나 금연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진로 상담을 해준다. 김 센터장은 “청소년 흡연은 진로를 비롯해 다양한 스트레스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금연 문제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대상 금연 운동은 이화여대와 인접한 연세대 서강대 등을 중심으로 금연 캠퍼스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흡연율이 높은 취약 계층을 위한 금연 지원 프로그램도 중점 사업이다.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일수록 흡연으로 인한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건강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김 센터장은 “경제 수준에 따라 서울 자치구별 흡연율도 다르다”며 “일률적 지원보다 도움이 더 필요한 곳에 지원 서비스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금연 의지는 있지만 심리적 문턱이 높아 센터 방문을 꺼리는 이들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 ‘고독한 금연자’ 캠페인도 실시한다. 센터 방문은 최소화하고 금연 전문가와의 비대면 소통을 통해 금연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김 센터장은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고 비흡연자의 흡연 예방 및 간접 흡연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계층 간, 지역 간 흡연율 격차를 해소해 건강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