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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VIP 우르르' 역대급 실적에도 단돈 100원 배당…'밸류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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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대해부](22)코스닥 카지노주 '파라다이스', 주주홀대 하면서 이전상장으로만 밸류업?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릅니다. 짠물배당,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재편, 밸류트랩 같은 주가 역선택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의 본질가치가 재조명되고 주가수준도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밸류업 종목들의 현황과 디스카운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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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년간 파라다이스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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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투자자의 마음을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었다. 수년간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위축됐던 경제가 기지개를 켜며 여행, 항공, 카지노 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적이 뛰면서 그간의 영업손실을 메운 기업은 많지 않았다.

파라다이스는 리오프닝으로 호실적을 낸 대표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00%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181% 늘었다. 탄탄한 실적주로 자리 잡은 파라다이스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영향으로 재평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엔데믹에 날개 단 실적, 올해도 '쭉'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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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성탄절인 12월25일 인천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에서 열린 '크리스마켓'.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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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코스닥 시장에서 파라다이스는 전일 대비 300원(2.12%) 오른 1만4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지난 1월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뒤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고 증권가에서 지난달 말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파라다이스의 실적은 올해도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1월 일본VIP, 2월 중국VIP의 기여로 실적 강세가 이어졌다고 했다. 1~2월 파라다이스의 카지노 순매출액은 각각 745억원(전년 동기 대비 +53.2%), 813억원(+82%)이었다. VIP방문객도 1만3900명(+36.5%), 1만3100명(+54.4%)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 1만3000명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면 호실적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계절성은 있지만 일본VIP의 견고함은 계속 증명되고 있고 기대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중국VIP의 모객 증가 역시 발생하고 있다"라며 "구조적인 국제선 항공 확대가 남아있기에 지금 같은 추세만 유지되더라도 파라다이스의 카지노 부문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예상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파라다이스 실적과 주가의 중요 변수는 인천 영종도에 새로 지어진 인스파이어 리조트다. 이에 대해 매출 부진 우려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시장 파이를 늘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경쟁이 심화된다고 간주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전체 시장의 파이가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단돈 '100원' 짠물배당, 아쉬운 주주환원책

주주환원책은 아직까지 아쉬운 수준이다. 파라다이스의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100원. 시가배당률은 0.7%에 불과했다. 호실적을 내고 4년 만에 배당을 재개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금액은 아쉽다는 평이 나왔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2019년 주당 배당금과 동일했다. 다만 시가배당률은 2019년 0.5%에서 지난해 0.7%로 소폭 올랐다.

시가배당률이 코스닥 시장 평균(2022년 기준 2.7%)에 가까웠던 때도 있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때문에 중국 단체관광객이 급감했던 2017년 이전이었다. 파라다이스의 주당 배당금은 2015년, 2016년에는 300원대로 시가배당률은 2%대 초중반이었다. 파라다이스 측은 중국 시장의 상황이 좋았던 호황기였기에 평균 수준의 배당이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히는 자사주 소각도 20여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파라다이스는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기명식 보통주 312만2038주(약 122억 6259만원 규모)를 소각했다. 당시 소각된 자사주 규모는 첫 결정일 시가총액(2003년 3월25일, 3282억 8583만원) 기준으로 3.73%가량이었다. 이후에는 한 번도 자사주 소각을 하지 않았다.

파라다이스는 주주환원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지난해 배당금에 대해서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규모는 코로나19 기간 누적된 영업손실을 회복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장 기대보다 낮은 수준의 배당을 하게 됐다"라며 "앞으로 적극적인 시장 소통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코스피로 이사가는 파라다이스, 주가 재평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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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인천 영종도 모히건 인스파이어 리조트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앞으로 고객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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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파라다이스는 코스피로 이전상장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22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코스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 이전 상장 승인의 건'을 상정,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모든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7월쯤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다.

파라다이스는 이전 상장을 시작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믿지 않는 눈치다. 계속된 주가하락에 대안을 요구한 주주들이 많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주주정책 없이 코스피 이전상장 하나로 밸류업을 하겠다는 심산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GKL, 강원랜드, 롯데관광개발 등 기존 유가증권 상장 기업과 동종그룹 형성 및 섹터를 구축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유도하고자 한다"며 "투자자 저변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파라다이스의 밸류업이 가능하려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인데 코스피 이전 후 변화된 주주정책을 한번만 지켜보자는 시각도 나온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파라다이스는 카지노 업종 내에서 강원랜드 다음으로 영업이익이 큰 업체인데도 나홀로 코스닥에서 거래돼왔다"라며 "실적 호조 기반 신용등급 상향→코스피 이전상장→향후 자사주 매입/ 배당 성향 확대/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동반될 전망"이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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