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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판 베르사유 꿈꿨지만 … 관리주체 4번 바뀌며 '靑사진'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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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개방 2년 ◆

매일경제

북적이는 경복궁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이 한복을 차려입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지척에 있는 청와대가 같은 날 한산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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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2년 3월 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청와대 개방 날짜를 확정하고 이로부터 50여 일 지난 5월 10일 청와대를 개방했다. 권력의 중심지를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청와대와 국민 간 거리를 좁히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청와대 개방 이후 2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관람객이 급감하며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관리 주체가 수시로 바뀌고 뚜렷한 운영 계획을 내놓지 못하면서 졸속 개방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청와대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청와대재단 관계자는 청와대를 운영·관리하는 기본적인 방침과 계획을 묻는 매일경제 질문에 "재단이 출범한 지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나오지 못한 상태"라고 답했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청와대 운영 계획을 계승하는지에 대해서는 "문체부와 청와대재단은 완전히 다른 조직"이라며 선을 그었다. 오는 5월 청와대 개방 2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청와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청사진이 없다는 얘기다.

아직도 구체적인 청와대 운영 계획을 정하지 못한 건 관리 주체를 놓고 오락가락하며 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재단은 청와대 관리와 활용 업무를 전담하는 문체부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청와대 개방 직후에는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이 관리 업무를 해왔다. 이후 지난해 3월 문체부로 권한이 이관되면서 문화예술공간사업과를 신설했다. 하지만 7개월 뒤에는 이 조직을 폐지하고 청와대관리활용기획과가 생겼고, 12월에는 이 부서가 없어지고 문화시설기획과가 청와대 시설 관리 업무 등을 맡게 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리 주체가 수시로 변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두 차례 청와대 활용 방침을 밝혔지만 처음 발표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역점사업으로 강조한 계획이 뒤집히는 일도 있었다. 청와대에 대한 첫 번째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나온 건 2022년 7월 문체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서였다. 당시 문체부는 청와대 본관·관저·춘추관·영빈관을 '근현대 미술 전시장'으로 운영해 미술품을 전시하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처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려면 항온·항습 기능을 갖추고 별도 조명 설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때 청와대 원형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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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청와대 운영 방안을 재차 밝히는 자리에서는 전년도에 강조한 미술 전시 프로젝트를 제외했다. 대신 역사와 문화,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모호한 목표를 제시했다. 개방 직후 한 달 만에 57만명을 돌파했던 관람객이 지난해 7월 11만명으로 급감하자 문체부는 '청와대 공간 활용 프로그램 기본계획 구상 연구'라는 이름으로 긴급 공고를 냈다. 청와대가 개방된 지 1년2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조차 청와대재단이 새로 출범하면서 유야무야됐다.

정부가 청와대 활용과 관련해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청와대 개방 2주년 기념행사 용역 발주에는 단 1곳만 입찰에 참여하는 수모를 겪었다. 청와대재단은 지난 1월 해당 용역을 긴급 발주하면서 제안요청서 과업 목적에 "글로벌 이슈 선도, 세계 각국과의 협력, 정상 외교,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등을 주제로 다방면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문화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이라고 기재했다. 정부가 발주한 다른 행사의 용역 제안요청서가 용역사업 개요, 행사 진행 순서, 과업 내용 등을 상세히 안내한 것과 비교하면 모호하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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