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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김종율의 토지투자]공약 따라 ‘묻지마 투자’ 말고 타당성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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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용유 노을빛 타운’ 개발

정치권 중심 계획 나오며 주목

시행자 없이 청사진만… 16년 표류

지난해 개발구역 지정되며 시동

동아일보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인천 영종도 서쪽 끝에 있는 ‘용유 노을빛 타운’은 정치권이 주목받는 총선 시즌에 복기하기 좋은 토지 투자처다. 용유 노을빛타운 도시개발 사업은 용유 해변부터 선녀바위 해변까지 이어지는 인천 중구 을왕동 일원 64만5000㎡(약 19만5000평)를 관광휴양 복합도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총사업비는 약 4573억 원으로 2030년까지 1836채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민간의 개발이 금지됐던 곳이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영종도 서쪽 을왕리 해수욕장과 용유 해변, 바다 건너 무의도까지 묶어 개발사업을 하겠다는 청사진이 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초기 개발사업비는 약 300조 원. 한 해 예산과 맞먹는 규모였다. 2007년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2011년 특수목적법인이 설립되며 사업이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적인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며 사업이 정체됐다. 사업이 표류했던 가장 큰 이유는 청사진만 있고 사업시행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해 예산 수준의 개발을 진행하려면 사업 가능성을 따져보는 수지 분석이 필요한데 이 과정도 없었다. 당시 뉴스를 보면 돈을 내겠다는 건설사보다 개발을 진행하게 만들겠다는 정치인이 더 자주 등장한다. 정치인의 언사만 믿고 토지 투자를 했다가 큰 손해를 본 사람도 있다.

용유 노을빛 타운은 2022년 인천도시공사가 이 지역 도시개발 사업에 대한 조사설계 용역을 발주하며 반전을 맞았다. 용역 내용에는 개발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국내 유명 토목설계 및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에서 분석한 결과 사업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천도시공사는 이를 근거로 2023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기본계획 수립 이후 16년 만이다. 보상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는 내년 보상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사업 재추진 배경에는 영종도 내 개발 영향이 컸다. 먼저 2017년 파라다이스그룹에서 인천국제공항 도보 15분 거리에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 시티’를 열었다. 2019년에는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착공식이 열렸다. 2022년에는 한화에서 사업 참여를 하며 속도를 냈다. 인스파이어는 이달 초 1만5000석의 아레나 공연장,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를 선보이며 새로운 볼거리로 떠올랐다. 이 외에도 수도권에서 영종도로 진입할 수 있는 제3연륙교는 내년 말 개통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년 넘게 버려졌던 바닷가였던 용유 해변이 관광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그보다 제대로 된 시행자가 자금을 마련할 때 실질적인 사업 진척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청사진 뒤에는 정치인만 있고 사업시행자가 없는 곳도 많다는 것을, 그리고 특수목적법인 설립만으로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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