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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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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동 간격-중앙 커뮤니티”…‘요즘 재건축’[부동산 빨간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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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무조건 성공’은 옛말…“단지 미래 모습 좀더 고민해야”

‘압구정 3구역’ 조합원 설문조사, 70층 내외-50평대 희망 많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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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재건축 아파트를 돈을 벌기 위한 투자처로 흔히 인식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뜨겁던 시기에는 재건축을 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특히 강했죠. 하지만 최근 공사비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하면 과거처럼 무조건 막대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재건축 이후 실제로 들어설 단지 모습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아파트 동 배치나 상가나 커뮤니티 시설 위치 같은 요소는 입주민 삶의 질은 물론 단지의 미래 가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마침 지난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에서 조합원 3907명을 대상으로 향후 지어질 아파트 단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전체 조합원 중 1735명(44.41%)이 요구 사항을 밝혔죠.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서울 재건축의 심장부로 불리는 압구정3구역의 답변 결과를 바탕으로 아파트 단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단지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에는 무엇이 있나요?

“최고 층수에 따라 단지 모습이 크게 달라집니다. 초고층으로 단지를 조성하면 아파트 주거동 개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건물 간격이 넓어져 시야가 트이고 외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죠. 압구정3구역의 경우 단지 간격에 따라 한강 조망을 할 수 있는 가구 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최고 층수는 더욱 중요한 요소입니다.

설문 결과 70층 내외에 투표한 조합원이 전체의 52%로 49층 이하(48%)를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조합에서는 70층 내외 초고층올 지으면 필요한 주거동 개수를 17개로 49층 이하(23개) 대비 6개 줄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주거동 간격은 50∼60m로 49층 이하(20∼45m)보다 2배 정도 벌어집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초고층일수록 바람이 건물을 미는 힘이 세지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도록 건물 골조를 튼튼하게 해야 합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건물을 40층으로 지을 때보다 80층으로 지을 때 골조 비용이 2배 이상 들어 최종적인 건축비용은 약 1.4배 늘어납니다. 최근 공사비 인상 폭이 커지면서 한강변 70층 이상 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됩니다.”

Q. 커뮤니티 시설이나 상가 자리는 원래 결정돼 있는 건가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이 역시 조합원들의 희망을 반영해 설계합니다. 도서관, 헬스장 등 커뮤니티 시설이라면 품질 좋은 서비스를 쉽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겠죠. 단지 가운데에 커뮤니티 시설이 모여 있는 건물을 따로 지으면 단지 외곽에 있는 입주민이 이용하기 불편할 겁니다. 그렇다고 커뮤니티 시설을 개별 건물에 일일이 배치하면 특정 커뮤니티 시설을 즐기고 싶을 때 먼 거리를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압구정3구역에서는 투표 결과(복수 응답 가능) 가장 선호하는 배치가 단지 중앙에 두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응답자 2명 중 1명(56%) 수준이었습니다. 조합 설명에 따르면 실제 커뮤니티는 단지 중앙에 크게 조성하되 분산형, 준주거 특화 등으로 접근성을 고려해 배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체육관같이 큰 시설은 중앙에, 스크린골프나 회의실 같은 소규모 시설은 고루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상가 위치는 어디를 선호했을까요? 우선 응답자 10명 중 3명(30%)은 단지 서쪽에 난 큰길(논현로)을 따라 배치하는 방안을 선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내려 한강으로 향하는 외부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입주민으로서는 외부인이 단지 내부로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게끔 자연스럽게 차단할 수도 있고요.”

Q. 조합원 희망 평형은 어땠나요?

“가장 선호한 평형은 54평형으로 집계됐습니다. 응답자의 26%였죠. 이어 40평형(25%), 62평형(19%), 34평형(11%) 순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분양 시장에서 가장 시장성이 있는 상품으로 ‘국민 평형’인 34평형을 꼽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에서는 34평형이 1015채로 전체 2990채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34%)과 대조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압구정3구역 대다수 가구가 34평형 이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1∼7차, 10·13·14차와 대림·현대 빌라트를 묶어 재건축하는 곳입니다. 이 중 현대3차, 14차를 제외하면 모두 34평 이상으로 이뤄졌습니다. 현재 집보다 작아지는 재건축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이죠.”

Q. 눈에 띄는 설문 내용은 없었나요?

“한강이 북쪽에 있기 때문에 내부 설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향(向)을 결정하는 내부 평면에 관련된 사항은 이번 설문에서 빠졌습니다. 실버타운 시설 및 커뮤니티를 특화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시니어 입주자를 위한 공동 급식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건의도 나왔습니다. 조합 측에서는 조합원들이 원한다면 차를 거실 안까지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요즘 아파트 주민들이 원하는 요소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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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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