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상장前 주식팔면 거래소 눈치보여” SKT 투자한 로봇社 씨메스, 구주 매각 철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 솔루션 전문기업 씨메스가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앞두고 추진하던 구주(기존 발행 주식) 매각을 철회했다. SK텔레콤이 100억원을 투자한 기업인 데다 연내 상장까지 목표하면서 투자 수요는 몰렸으나 논의 막바지 단계서 중단됐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부터 넘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 후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보수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6곳 기업이 한국거래소 심사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씨메스는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내놨던 구주 물량을 거둬들였다. 최대 주주인 이성호 대표 등 공동 창업자 3명이 보유한 지분 일부로, 이들은 당초 약 1900억원 기업가치로 전체의 10% 규모 물량을 매각한다는 방침이었다.

앞서 벤처캐피털(VC)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수요는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4년 설립된 AI 비전 로보틱스 전문기업으로 쿠팡, 현대차, CJ대한통운 등 고객사를 확보해 성장을 거듭한 덕이다. 2021년 약 25억원이었던 매출은 작년 76억원으로 늘었다.

상장을 목전에 뒀다는 점도 장점이 됐다.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씨메스는 지난해 말 기술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획득했다. 상장 후 몸값 4000억원으로 연내 상장을 목표했다. FI는 상장 시 투자금의 약 2배를, 이르면 내년 중에도 회수할 수 있었다.

이성호 대표 등 공동 창업자 3인은 구주 매각으로 일부 현금을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주주 지분은 상장 후 1년 보호예수가 원칙이지만,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은 통상 ‘1+2′ 형태의 3년 보호예수를 걸고 있어서다. 이 경우 3년 후에나 주식을 팔 수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미리 현금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상장 과정에서 부정적인 시그널로 인식된다. 좋은 기업이면 굳이 왜 헐값에 팔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다. 자칫 잘못하면 상장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로 창업자 3인은 구주 매각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상장 첫 관문으로 꼽히는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문턱은 대폭 높아졌다. 한국거래소는 실적 전망은 물론, 지분 구조 변동에 따른 투자자 위험까지 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던 코루파마는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넘지 못해 심사 철회를 택했다. 경영진의 주식 증여가 문제가 됐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한 지분정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규정상 상장 1년 내 취득한 지분은 상장 후 1년 동안 의무보유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이 조항을 지킨다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지만, 씨메스 입장에선 조금의 걸림돌도 없도록 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문턱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6곳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 포함)이 심사 철회를 정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뤄진 심사 철회 수(6곳)를 단 1분기 만에 따라잡았다.

씨메스는 오는 4월 초 한국거래소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애초 이달 중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구주 매각 추진 등으로 인해 일부 지연됐다. 상장예비심사에 6개월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중 상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씨메스는 로봇주로 주목받으며 다수의 VC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 시드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2022년 시리즈B까지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누적 35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 GS리테일, SK텔레콤도 주요 주주다.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