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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35세 황제의 사망 원인은... 6세기 中북부 통치한 무제 DNA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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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세기 중국 무제(武帝)의 얼굴 복원도(왼쪽)와 7세기에 그려진 '역대제왕도'의 무제./원우(文物)산시 위챗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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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민족 출신 중국 고대 황제가 영생을 꿈꾸며 약을 지어 먹었다가 오히려 명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산시성 문물국은 28일 북주(北周) 왕조의 고분 연구 결과 발표회를 갖고 이 왕조의 3대 황제 무제(武帝·543~578년)가 단명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장생불로(長生不老)를 위해 복용한 ‘단약(丹藥)’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 단약의 성분 비소에 중독됐다는 것이다. 무제는 열일곱 살에 즉위해 장기 통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서른다섯에 요절해 사인이 학계의 오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푸단대·샤먼대·산시성 고고(考古) 연구원은 1994~1995년 산시성 셴양시에서 발견된 고분이 무제의 것으로 확인되자 그의 삶과 당시 시대상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출토된 두개골 등 유골의 DNA를 분석해 그의 생전 외모 등 유전적 특징을 복원했다.

연구 결과, 무제의 유골에서 채취된 미량 원소 33종 가운데 비소, 붕소, 안티몬 등 희귀 원소의 함량이 당시 평민·귀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과도하게 복용한 단약에 함유된 비소가 체내에 축적돼 만성 중독에 이르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도교 교리를 담은 동진 시대 갈홍(葛弘)의 저서 포박자(抱朴子)에서는 단약을 만드는 주재료로 독성이 강한 광물질인 단사(丹砂·황화수은)와 비소 화합물 웅황(雄黃)을 꼽는다. 사료는 무제가 사망 직전인 575~578년에 ‘온 몸에 종기가 났다(身生癩瘡)’고 기록하는데, 이는 비소 중독의 특징이다.

비소 중독 외에 뇌졸중도 돌연사 원인으로 꼽혔다. DNA 분석에 따르면 무제는 태생적으로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사료에서는 그가 한때 “말하지 못하고, 눈꺼풀이 처졌으며, (걸을 때) 한쪽 다리가 짧은 듯했다”고 기록한다. 이는 뇌졸중의 대표적 증상과 일치한다.

무제는 북방 유목 민족인 선비족 출신이지만 전형적 동아시아인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두개골과 DNA 분석 결과를 결합해 얼굴을 3D로 재구성해 보니 검은 머리, 갈색 눈, 약간 어두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선비족이 ‘굵은 수염, 높은 콧대, 노란 머리’를 가졌을 것이라고 했던 기존 학계 예상과 크게 다르다. 연구팀은 선비족이 중국 북부로 이동할 때 한족과 혈연으로 섞이면서 인종 변화를 겪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무제의 외모와 체질 등에 대해 세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제의 유골에서 ‘단일 염기 다형성(SNP)’이란 DNA 정보 100만가지를 추출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A·G·C·T 네 가지 염기가 수백만 개씩 연결돼 있는데, SNP는 DNA의 특정 위치에서 염기 하나가 다른 것을 의미한다. SNP를 통해 특정인의 머리카락이나 눈 색깔은 물론이고 각종 질병 위험까지 세세하게 알 수 있다.

북주 왕조를 18년(560~578년) 동안 통치한 무제는 생전에 중원 통일의 뜻을 펼치지 못했다. 그는 군대 제도 개혁 등을 통해 강력한 군부를 키웠다. 사망 1년 전인 577년, 북제(北齊) 왕조를 무너뜨리고 중국 북부를 통일하며 중심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이듬해 그가 사망하고 아들 선제가 황제 자리에 오르며 나라가 기울었다. 사서(史書)에서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고 원인 불명 ‘급사[暴斃]’라고 적었고, 후세에는 그의 ‘독살설’이 거듭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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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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