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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양·한방 협진 그만" vs "한의약 말살하려 해" 의사-한의사 새 수장 맞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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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한방 협진의 길이 멀어 보인다. 양방의 대한의사협회, 한방의 대한한의사협회 새로운 수장이 한의학의 영역을 놓고 '맞짱'을 예고해서다.

오는 5월 1일부터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제42대 회장 당선인은 '건강 보험에서의 한방 분리'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임현택 당선인은 "건강보험에서 한방보험을 분리해 한방과 현대의료(양방)을 완전히 이원화할 것"이라며 "양·한방 협진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더 이상 한방이 현대의료를 흉내 내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간 의협은 한방의 진료 범위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산하에 '한방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한방에서 초음파 진단기기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무자격자와 무면허자가 제대로 된 교육이나 경험 없이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의협 김교웅(정형외과 전문의)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초음파만 68회, 자궁내막암 못 찾았는데 합헌? 한의사 기기 사용 안 돼")에서 "의료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유효성·효과성이 입증된 방법으로 필요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무자격자와 무면허자가 제대로 된 교육이나 경험 없이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400년 된 한의학이 가진 우수한 점도 물론 있다. 양도락기(경락 진단기), 맥진기(맥을 짚는 기기)처럼 전통 한의학의 장점을 과학화하는 건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초음파 기기 같은 서양의학의 장비를 따라서 사용해 서양의학을 흉내만 내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전통 한의학의 장점이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제45대 회장 당선인은 "악의적인 한의약 폄훼를 일삼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의 즉각적인 해체를 촉구한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특위의 이 같은 허무맹랑한 행태는 한의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건 물론, 한의 진료로 건강을 돌보고 질병을 치료할 수많은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박탈하는 무책임한 처사로 그 뿌리부터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며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한특위 해체를 즉각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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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22년 12월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게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합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윤 당선인은 의협에 대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생명 보호를 위해 전력해야 할 의료인 단체가 오직 한의사와 한의약을 말살하기 위해 매년 10억원 이상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모습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변호사와 회계사 등 그 어떤 전문가단체도 타 직역을 깎아내리거나 없애버리려는 불순한 의도의 산하단체를 두고 있지 않다"며 "이런 차원에서도 한특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친 데 이어, 26일 '조직적으로 한의약을 폄훼하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등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특위의 해체를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올렸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국회법 제123조의2와 국회청원심사규칙 제1조의2에 따라 30일 동안 5만 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며, 심사를 거쳐 채택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번 청원은 동의 종료일인 3월 27일보다 5일 앞선 지난 22일 5만 명을 돌파(22일 10시 기준 5만1134명)하면서 국회 소관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다뤄지게 됐다.

이에 대해 윤성찬 당선인은 "청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국민의 뜻이 확인된 만큼 의협은 스스로 한특위를 즉각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한특위 해체라는 준엄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회장 선거에서 임 당선인은 총투표수 5만681표 중 65.43%인 2만1646표를 얻어 회장에 당선됐다. 또 윤 당선인은 총 유효 투표 1만 3962표 중 6567표(득표율 47.03%)를 획득해 신임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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