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낮, 서울 석촌호수 벚나무 앞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낀 채 사진을 찍고 있다. 벚나무 대부분이 개화하지 않은 탓에 일부 개화한 벚나무에 사람들이 몰렸다. 신혜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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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끝나자마자 벚꽃 사진 찍으러 달려왔는데 비도 오고 날씨도 춥네요. 벚꽃이 너무 없어서 아쉬워요. 롯데월드몰이나 가 있으려고요. "
29일 친구와 함께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열리는 ‘호수 벚꽃 축제’를 찾은 대학생 임라윤(20)씨는 벚꽃 없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연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송파구는 지난 27일부터 31일까지 벚꽃 축제를 준비했지만, 예정보다 늦은 개화에 올해 최악의 황사까지 겹치면서 꽃 나들이를 즐기려던 많은 시민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서울 송파구 벚꽃축제 현수막 아래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송파구는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벚꽃축제를 연다. 행사 사흘째인 29일 낮, 석촌호수를 찾았으나 아직까지도 대부분 벚나무는 개화하지 않은 모습이다. 신혜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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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석촌호수는 벚꽃이 피지 않아 분홍빛이 듬성듬성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옅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가리켰다. 황사 농도는 보통과 나쁨(81-150㎍/m) 상태를 오가는 ‘한때 나쁨’을 가리켰다. 몇 안 되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끼고 옷깃을 여민 채 산책을 했다.
벚꽃이 피지 않자 일부 시민들은 개화한 개나리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박종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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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주민 김성민(27) 씨는 검은색 패딩을 입고 축제를 찾았다. 김씨는 “매년 지나는 길인데 지금 보니 벚꽃이 전체의 5%도 안 핀 것 같아 신기하다”며 “여의도 주민들에게 이맘쯤 벚꽃은 일상의 일부분인데 개화가 늦어 아쉽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여의도를 찾은 박민석(23)씨도 “날씨 때문에 벚꽃이 없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도 휑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29일 여의도 봄꽃축제 첫날 벚꽃이 그려진 현수막이 휘날리는 모습. 비가 내리는데다 황사까지 겹치면서 길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종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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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곳곳에서 ‘벚꽃 없는 벚꽃 축제’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이달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이달 내내 눈과 비가 내리고 기온까지 낮아지면서 일조량이 줄어든 게 늦은 개화의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2월부터 기온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평년보다 벚꽃이 일찍 피기도 했다.
사설 기상 예보 업체인 웨더아이 박경원 기상예보관은 “벚꽃 개화 시기는 일조량과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올해 1~2월 기온은 평년보다 따뜻했던 편”이라며 “다만 3월 들어서 날씨가 추워졌다”고 말했다. 박 예보관은 “올해는 서울의 경우 4월 3일쯤 벚꽃이 필 예정이니 다음 주쯤 나들이를 나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초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축제 연기 관련 포스터. 속초시는 ″지난 20일 눈이 내리는 등 기상이 급변하면서 벚꽃 개화가 늦춰졌다″며 ″벚꽃이 피지 않았는데 벚꽃 축제를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 속초시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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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축제 일정을 미룬 지자체도 있다. 강원도 속초시는 이달 30~31일 이틀 동안 ‘2024 영랑호 벚꽃 축제’를 열 계획이었으나 지난 20일에 눈이 내리는 등 기상이 악화하자 다음 달 6~7일에 2차 축제를 열기로 했다. 속초시는 이런 소식을 전하며 인스타그램에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속초시 측은 “꽃이 안 폈는데 축제를 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축제를 연장하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신혜연, 박종서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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