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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제 22대 총선

이종섭, 25일만 전격 사임…'총선 악재'에 '외교 결례'까지[박지환의 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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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내정 25일만에 사의 표명…외교부 "사의 수용"

여론 악화, 여당 지지율 고전 등 여러 이유 작용

대통령실 "큰 흐름에선 여당에서도 사직 원했다"

'외교 결례' 비판 불가피…호주 "차기 대사와 긴밀히 협력"

CBS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호주대사가 오늘 전격 사임했습니다.

어제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하고 딱 하루 지나서인데, 오늘도 김형준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일단 오늘 벌어진 상황 전해주시죠.

[기자]
오늘 오전 10시쯤 이종섭 대사 측을 변호하는 김재훈 변호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자단에 사의 표명 사실을 공지했습니다.

이 대사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지만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면서 "공관장 회의가 끝나고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외교부 장관에게 대사직을 면해주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게 해달라 요청드렸다"고 덧붙였는데요.

외교부는 11시 50분쯤 언론 공지를 통해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컷뉴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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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어제 방산 공관장 회의가 열렸고, 오늘과 다음 주도 여러 기관 방문이 예정돼 있었잖아요. 이렇게 갑자기 사표를 낸 이유가 무엇일까요?

[기자]
명확한 인과관계까지 입증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대사의 입국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함께 총선 국면이 큰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총선 국면이라면 최근 여당의 지지율 고전을 말하는 거죠?

[앵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성인 남성 대부분이 군대를 가는 징병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군에서의 인권 문제 등이 여론에 크게 작용하는데요.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종섭 대사가 이와 관련해 출국금지됐던 사실이 알려지고, 법무부가 이를 해제한 뒤 출국했다가 다시 귀국하는 모습 등에서 여론이 나쁘게 돌아섰다는 해석입니다.

실제로 이 대사는 호주로 출국할 때와 열흘하고 하루 뒤 귀국할 때에도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 했습니다.

지난 10일 출국 당시에는 저녁 7시 45분 출발하는 브리즈번행 비행기를 탔는데, 취재진의 눈을 피해 몇 시간 일찍 보안구역에 들어갔고요.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제가 현장에 갔었는데요. 취재진 앞에선 '질문을 모아서 하면 답변하겠다'고 한 뒤에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공수처 조사를 받겠다며 미리 준비된 차에 올라 떠났습니다.

노컷뉴스

28일 오전 '방산협력 관계부처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는 이종섭 호주대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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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공관장 회의를 위해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면서도 저를 포함한 취재진들의 여러 민감한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탔고, 청사를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앵커]
언론을 철저하게 계속 피해 다닌 거예요?

[기자]
네, 맞아요. 이런 모습이 계속되니까 여당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격전지로 불리는 수도권에서 위기론이 재부상하는데다, 야당은 이를 고리로 공세를 더하는 국면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채 상병 사건 관련 진상규명과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해병대 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입니다.
"이럴 걸 왜 임명한 건가 모르겠어요. 임명을 강행했다가 국민들에게 큰 화를 입을 게 두려워서 스스로 물러나게끔 그렇게 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외교부에서 이런 방식의 회의가 전례를 찾기 힘들고, 부임지로 떠난 대사가 열흘 하고 하루만에 돌아왔단 점에서 이종섭 대사의 귀국을 위해 급조됐다는 논란이 있단 사실은 이미 전해드렸는데요.

처음 발표됐던 25일보다 실제 회의가 늦어지고, 방산 분야라곤 하지만 외교부가 보안을 이유로 일정을 비공개한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앵커]
오늘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사임, 대통령실과 정치권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큰 흐름에서는 여당에서도 이 대사 사직을 원했던 것이고, 본인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여러 절차가 남아 있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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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중앙선대위 박정하 공보단장이 "공수처가 그동안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고, 언론플레이를 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이 화력을 집중했다"면서 "정치공작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회초리를 겸허히 받아들였으니 민주당이 원하는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공수처가 신속히 조사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요.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공세를 계속하는 모양샙니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석 대변인은 오늘 서면브리핑에서 "정의와 상식을 요구하는 민심에 항복한 것"이라면서도 "사의표명을 통한 사퇴수순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시켰어야 한다"고 비판했는데요.

강 대변인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출국금지된 피의자를 윤 대통령이 임명해 해외도피 의혹을 자초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앵커]
이 대사의 사직은 아무래도 호주 측에 외교적 결례로 작용하겠죠?

[기자]
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호주 측에선 그동안 해 오던 것처럼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나 학자가 아니라 장관을 역임한 인사를 대사로 보냈다는 점, 또 이종섭 대사가 한미동맹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딴 전문가라는 점에 주목해 외교관 신분증까지 미리 발급해서 주는 등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합니다.

호주도 미국과 동맹을 매우 중요시하거든요.

하지만 내정 발표 25일만에 사표를 내게 되면서 외교부가 후임자를 찾은 뒤에 아그레망, 즉 주재국 부임 동의를 다시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호주 측에 결례로 작용하게 됐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주한호주대사관 측은 "한국과 호주 관계의 중요성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면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모든 분야에서 차기 한국대사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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