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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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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아날로그가 정답?… 호황에도 돌파구 못 찾는 디지털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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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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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지난해 이익이 크게 늘어나며 호황을 맞고 있는 반면, 시장에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보험사들은 오히려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권과 달리 보험 소비자들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 가입을 선호해 디지털 보험사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국내 주요 디지털 보험사 5곳의 지난해 순손실 합산액은 22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총 1801억원의 손실을 냈던 2022년과 비교해 적자 폭이 489억원 늘어난 것이다.

5곳의 디지털 보험사 중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캐롯손보와 신한EZ손보는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각각 39억원, 50억원 줄었을 뿐 나머지 세 곳은 모두 손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손보는 지난해 8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 폭이 373억원 급증했다. 지난 2022년 261억원의 손실을 냈던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37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도 전년보다 손실액이 93억원 증가했다.

반면 전체 보험 시장은 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 22곳, 손해보험사 31곳의 전체 순이익은 18조3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 급증했다. 새로운 회계 기준인 IFRS17의 도입과 함께 보장성보험, 장기보험 등의 판매가 크게 늘면서, 보험업계는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돋보이는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

디지털 보험사는 출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첫 디지털 보험사로 문을 연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설립 후 10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9년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출범한 캐롯손보 역시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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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손해보험은 지난 1월 자동차 보험 재가입률이 91.5% 넘었다고 전했다. 캐롯손보는 자동차 보험을 주력으로 최근 취급 상품 범위를 확대하는데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 실적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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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국내 보험 시장은 인터넷, 모바일 등을 이용한 비대면 가입보다 보험설계사(GA) 가입 권유를 통한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은행의 경우 예·적금과 대출 등 서비스가 명확, 단순하고 금리도 언제든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지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증권 역시 주식, 펀드 등의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 이미 오래 전부터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을 통해 주로 거래가 이뤄진다. 그러나 보험은 상품의 종류가 많고, 보장되는 내용도 복잡해 설계사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가입하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

실제로 최근 대형 보험사들은 영업력 확장을 위해 설계사 수를 늘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 피플라이프를 인수해 2만5000여명의 설계사를 확보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은 이를 통해 최근 보험 수익과 신규 가입자가 선두인 삼성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도 지난해 흑자 전환하면서 첫 배당을 실시하는 성과를 냈다.

전문가들은 대면 가입을 선호하는 국내 보험 소비자들의 성향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면 금융 당국이 규제를 완화하거나, 제도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유럽 의회에서 논의 중인 지급여력제도 개정안에는 위험도가 낮은 회사의 운영 부담을 줄여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보험사는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판매 비용을 줄이는 사업 모델이다”라며 “국내 보험 산업에 정착한다면 새로운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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