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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유가·공공요금 하반기 물가 기름 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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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윳값 재상승에 인플레 지속우려

정부, 상반기까지는 ‘동결’ 입장

헤럴드경제

과일·채소·수산물 등 먹거리 물가가 잡히지 않고,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상승압력까지 응축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전기·가스요금 동결 등으로 막아 놓은 물가 불안요인이 총선 이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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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은 커지는 중이다. 금 선물 가격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했다. 우리나라 기대 인플레이션도 다섯 달만에 반등했다.

5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 종가 대비 1.3달러(1.5%) 오른 배럴당 90.6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86.59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16달러(1.4%) 올랐다. 두 원유 선물가격 모두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10월 27일(85.54달러)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류 소비자물가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3월 석유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2% 올랐다. 지난해 2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 물가 둔화를 이끌었던 석유류가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석유류가 다시 오르면 인플레이션 억제는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석유류 개별 품목 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소비자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연쇄 작용하기 때문이다. 2022년 인플레이션 상황을 보면 이해가 쉽다. 당시 석유류 물가는 6월 39.9%까지 치솟았고, 대부분 품목의 비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견인했다.

특히 공공요금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전기와 가스 모두 원유가 사실상 원자재다. 일단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단 입장이다.

3월 전기·가스·수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9% 올랐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해 28.1%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기저효과도 있지만 정부가 공공요금을 동결한 때문이기도 하다.

2분기에도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21일 오는 2분기(4∼6월)에 적용될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묶었다. 2분기 적용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현재와 같은 5원으로 적용했다.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따로 인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동결이 가능할지, 또 동결을 하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는 다른 문제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제해 값이 싼 전기를 공급하면서 한전에 막대한 적자가 쌓였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기에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면서 한전엔 이미 43조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다.

유류세 인하도 하반기 물가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언젠가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달 말까지로 2개월 연장했다. 총선 이후로 유류세 인하를 미룬 것이다. 이달말에도 추가 연장을 할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유류세 인하를 올해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에도 유류세 인하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인하가 계속될수록 재정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세수는 16조원에 달했다. 지속 가능한 물가 억제 정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날보다 33.2달러(1.5%) 오른 온스당 2315.0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지난달 4일 사상 처음으로 2100달러선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2300달러마저 넘겼다.

금값은 통상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낮아질 때 상승한다. 금 시장 참가자들이 인플레이션 반등 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른 3.2%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0∼11월 3.4%에서 12월 3.2%, 1∼2월 3.0%를 기록하는 등 점차 낮아지다가 3월 반등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와 관련 “농산물 등 체감물가가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도 “국제유가 오름세,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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