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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그해 게임은" 굿바이 확률형 아이템? BM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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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기자]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지 2주가 넘어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존 확률형 아이템 이외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 초반 조작 이슈가 불거지는 등 아직 잡음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BM을 찾으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고무적이지만, 아직까지는 기존 BM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보이지 않아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BM의 역사

온라인 게임 '확률형 아이템'의 첫 사례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였다. 랜덤한 아이템을 '가챠폰'에서 뽑을 수 있는 '가챠포티켓'은 일본 서버에서 높은 판매량을 달성했고, 국내에도 비슷한 모델이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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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패키지 판매, 정액제, 부분유료화 등의 BM 변천사를 겪으며 지속적인 수익 모델에 대해 고민하던 국내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을 내세운 게임들은 2012년 경 대유행하면서 폭발적 매출을 거두며 전성기를 맞았다.

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규 클래스', '신규 캐릭터', '신규 장비'를 얻을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많았으며, 특정 확률형 아이템을 모두 모으면 보너스를 제공하는 '컴플리트 가챠' 등 변칙적인 아이템도 생겨났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유저들이 게임에 지불하는 비용도 점차 커졌다는 것이다. 매출 올리기에 좋은 확률형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확률 조작 의혹까지 일어나자 유저들의 분노가 쌓였다.

유저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간담회, 시위 등의 과정을 거쳐 정부의 대응까지 이어졌다. 게임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자율 규제만으로 관리되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기존 '뽑기형 아이템'...새로운 BM 창출 필요해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가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돼 2주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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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 아크엔젤. 사진=웹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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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웹젠은 자사의 게임 '뮤 아크엔젤'에서 일부 아이템의 확률 오류 사실을 공지했다. 이 게임에서 0.29%의 확률로 얻을 수 있다고 표기한 아이템은 실제 100회 이상 시도해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처음 99회까지는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0%였다.

웹젠은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해당 아이템에 대한 환불 신청을 받았으며, 별도의 아이템을 제공하는 등 보상을 시행했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일부 이용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확률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웹젠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사들도 확률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위메이드는 '나이트 크로우'에서 특정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정보가 실제 확률과 다르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또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에서도 기존 공지와 실제 확률이 다른 아이템이 발견됐다. 공정위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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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크로우. 출처=위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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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 전문가는 정부의 늦은 가이드라인으로 인한 혼선과 함께 게임사들이 양적 팽창에만 집중하다 비윤리적 아이템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사들이 과금 모델을 비롯해 BM을 혁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게임사, 새로운 BM 찾아 나선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토가 커지며 시행령까지 가동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의 BM에 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게임 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비중을 줄이고 배틀패스, 인게임 광고 등 다양한 BM을 찾기 위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배틀패스는 구독형 모델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구매하면 과제 달성이나 출석 일수 등 게임 진척도에 맞춰 정해진 보상이나 추가 보상을 얻는 상품이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과금하던 관행이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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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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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엔씨소프트는 쓰론앤리버티(TL)에 확률형 아이템을 없앴다. 확률형 아이템 대신 캐릭터의 레벨업에 따라 추가 보상을 주는 '프리미엄 성장일지', 게임플레이 진척도에 따라 유용한 아이템을 주는 '배틀패스' 2종만을 핵심 BM으로 결정했다.

넥슨 지난해 1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확률형 아이템을 없앴으며, 지난 1월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큐브' 판매를 중단했다. 또한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 자사 인기 게임에 배틀패스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BM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넷마블이 선보였던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과금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게임 내 광고 제거를 위한 월정액(매월 9900원)을 도입하는 새로운 BM으로 안정적인 매출 창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바일시장 데이터분석기업 센서타워의 자료에 따르면,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서비스를 시작한 작년 9월 6일부터 10월 20일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약 4000만 달러(약 538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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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나이츠 키우기 사진=넷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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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BM을 통해 게임에 많은 돈을 쏟는 이용자 뿐만 아니라 넓은 유저풀에서 광고나 월정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예 게임 자체 판매 수익을 올리기 위한 콘솔형 '패키지 게임' 개발도 한창이다.

패키지 게임은 게임성이 보장된다면, 업데이트 추가 콘텐츠, 후속작 등의 인기가 이어지는 특성이 있어 장기적인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북미나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들이 많아 콘솔 패키지 게임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 글로벌 타깃으로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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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등 패키지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거두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넥슨은 올해도 플랫폼 다변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PC, 콘솔게임인 '빈딕투스'의 첫 테스트를 마쳤으며, 올여름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인 '퍼스트 디센던트'도 PC와 콘솔 버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BM 대체 가능할까?

새로운 BM을 찾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존 확률형 아이템 BM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운 BM들만의 장점도 있으나, 기존 사업 모델을 대체할 수준의 수익성이 검증된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배틀패스의 경우 일정 수 이상의 유저를 확보하지 못하면 게임사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여전히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대다수 게임의 매출은 확률형 아이템 BM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확률형 아이템 BM을 완전히 없애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9일 있었던 넷마블 신작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쇼케이스에 자리한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과금 모델'에 대한 질문에 대해 "돈을 안 벌겠다고 하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고, 많이 벌겠다고 하면 게이머분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 같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현재 시장에서 패스 정액제가 유효한 수단"이라면서 "주력 과금모델은 정액제, 패스 위주이며, 적정 수준의 가챠 상품도 존재한다. 일반적 게임의 과금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새로운 BM과 기존 BM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그동안 일부 게임에서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틀패스, 인게임 광고 등은 넓은 이용자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배틀패스, 광고, 확률형 아이템 등 한 가지 방식의 BM을 선택하기 보다 이용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합리적 수준의 BM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자들도 게임 내 사행성을 없애면서 BM을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사행성이 없는 방향으로 BM이 다각화되는 것을 이용자들은 선호하고 있다"면서 "배틀패스, 광고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인 콘솔로 돌려 성공한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등도 있었으며, 해외 시장도 콘솔로 돌아가는 마당에 한국도 그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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