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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유 감산 기조와 함께 중동지역 긴장 고조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50원을 넘어섰다. 먹거리에 이어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 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5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90.89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처음으로 90달러 선을 넘었다. 같은 날 브렌트유(6월분)는 91.17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분)는 86.91달러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WTI 23.5%, 브렌트유 20.1%, 두바이유 16.4%에 달한다.

이에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ℓ당 1668.95원, 경유는 1549.09원이었다. 지난 1월 중순 기록한 연중 최저 가격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06.55원, 경유는 77.26원 오른 것이다.

국내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에서는 같은 시간 휘발유 가격이 ℓ당 1750.14원으로 1750원 선을 돌파했다.

유가 급등의 1차적 원인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정면충돌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있다.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이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을 받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게 된다면 (배럴당) 100달러까지도 충분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홍해를 운항하는 유조선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원유 공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기름을 부은 격이다.

여기에 여름을 앞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이 합세한 OPEC+가 2분기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히고, 멕시코도 지난달 석유 출하량을 35% 줄이는 등 산유국이 공급을 감축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당분간 공급 충격을 해소할 만한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 유가 상승기엔 미국이 원유 공급을 늘리며 상쇄했지만 현재는 여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데다 중국 등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원유 수요가 견조할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치솟는 유가로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는 약 2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최근 유가 급등세가 아직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에 본격 반영되지 않은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원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웃도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더 부담이 커졌다. 고유가는 교통비 인상 등으로 이어진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밀릴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과일, 야채, 유가가 다 오르다 보니 정부가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유가가 빠르게 올라가는 동안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걸 꺼릴 것”이라고 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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