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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이창용 총재 "금리인하 깜빡이 안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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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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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한 것은 최근 농산물,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커진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진 데 따른 결정이다.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 급등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이 두 달째 3%대를 기록하면서 섣불리 금리에 손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물가 우려가 커지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한은은 무리하게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국제유가다. 한은은 올해 유가를 배럴당 80달러대 초·중반으로 상정해 상반기 물가가 2.9%를 찍고, 하반기 2.3%를 기록하며 점차 물가 안정 목표(2%)에 다가설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에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며 물가 경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유가가 다시 안정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면 2.3%로 가는 경로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 등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에 대해 "통화,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며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지 아니면 농산물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후 변화 등에 따른 국내 과일 생산 감소 현상에 구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통한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기적으로 이달부터 과일 가격 상승세는 둔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소비 부진에 과일 가격 낙폭이 심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사과 가격이 연중 최저 수준(-7.8%)으로 낮아지며 올해 3월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잡혔다. 사과는 지난해 4월 가격을 회복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달부터 가격 상승률이 둔화할 공산이 크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깜빡이를 켰다는 것은 차선을 바꾸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며 "저희는 깜빡이를 켤까 말까 자료를 보면서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연준이 7월을 전후해 금리 인하에 들어가고, 한은은 4분기 한 차례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리는데, 이 때문에 올해 한국은 금리를 인하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물가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4월호(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주춤하다"고 평가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국제유가 상승, 일부 농산물 가격 강세 등 불안 요인이 지속되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면서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 상품권을 4월에 총 400억원 규모로 발행하겠다"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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