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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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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처럼 고용도 '이상기후'에 당했다···취업자 3년여만 최소[송종호의 쏙쏙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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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3월 고용동향’···37개월 만에 최저수준

1~2월 두달 연속 30만명 취업···3월엔 17만명 그쳐

청년층·40대 감소세 이어져···건설업 중심 내수부진

기온 낮고 비 많이 와서···농림어업 취업 5만명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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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7만 명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1~2월 두 달 연속 기록한 30만 명 대 증가 폭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에 증가세가 나타났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가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농림·어업 취업자가 5만 명 줄어든 게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상 기후 영향이 사과값만 올린 게 아니라 고용을 끌어내린 요인이 된 겁니다.

제조업 취업자 4개월 연속 증가에도 취업자 37개월만 최저
통계청 ‘3월 고용동향’을 보면 3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839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 3000명 증가했습니다. 해당 수치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1년 2월 47만 3000명 줄어든 이후 37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달 취업자 증가세 둔화는 1년 전인 작년 3월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데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기저효과라는 통계청 설명은 일리가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6만 9000명 증가했습니다. 당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사회복지서비스업 및 숙박·음식점업 등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증가세 둔화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코로나19가 잠잠해진 2022년 이후부터 취업자가 증가해 지난해에도 매달 30만 명 안팎의 증가 폭이 지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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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반적인 고용 상황은 훈풍입니다. 증가 폭은 다소 줄었지만, 월별 취업자 수는 2021년 3월 이후 37개월 연속 늘고 있고 15세 이상 고용률(62.4%)도 3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 대비 4만 9000명 늘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한동안 주춤했던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도 7000명 늘며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사회초년생 20대 취업자 9.7만 감소···60대 이상은 23.3만 증가

연령별 취업자 수를 따져보면 취업자 증가폭의 둔화보다 고용의 심각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23만 3000명이 증가해 전체 취업자 수 증가세를 견인한 세대였습니다. 이어 30대에서 9만 1000명, 50대에서 5만 9000명이 늘며 뒤를 이었습니다. 반대로 사회초년생인 20대는 9만 7000명이 줄었습니다. 15~29세의 청년층 취업자도 지난해 3월보다 13만 1000명 감소했습니다.

통계청은 청년층 취업자 감소를 인구감소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취업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20대 초반 청년층의 고용률이 20대 후반보다 더 큰폭으로 하락했습니다. 20~24세 고용률은 44.4%로 전년보다 0.8%포인트 감소한 반면 20대 후반 고용률은 72.8%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한 겁니다. 청년 일자리라도 20대 전·후반의 선별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서 국장은 “청년 취업자의 경우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효과가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취업 연령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추세도 반영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40대에서 고용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3월에도 28만 4000명에 달했습니다. 정부도 인구 감소 추세에 비해 40대 취업자 수 감소 폭이 빠르게 커지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형편입니다. 40대는 지난달 취업자에서도 도소매와 건설업 부진으로 7만 9000명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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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중심 내수 부진···내수 회복 시급

정부는 고용호조세를 제약하는 하방요인으로 내수 회복 지연과 함께 건설업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1월 7만3000명 증가한 이후, 2월(3만 6000명), 3월(2만2 000명)까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셈입니다. 향후 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으로 고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향후 고용 상황은 내수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내수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4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재화 소비 둔화, 건설 선행지표가 부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1월 민간소비둔화와 건설투자 부진 우려를 처음 밝힌 이후 4개월 연속 건설 선행지표의 부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기재부에서도 “건설업 등은 정부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는 부분”이라며 “민간 중심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과 더불어, 여성과 청년 등 고용취약계층의 맞춤형 지원 방안을 담은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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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후위기) 보라는데 손가락(물가.고용) 봐"

특히 3월 고용동향에 특징은 기온 저하 여파로 농림어업 부문에서도 취업자 감소 폭이 컸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강수일이 평년보다 많았고 평균기온은 낮았던 영향이라는 겁니다. 실제 농림어업 취업자수는 1년 전과 견줘 5만 명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2017년 3월 5만 6000명이 감소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계절적 요인이라고 넘기기는 이런 현상이 빈번해진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7월 고용동향 발표 당시에도 집중호우 여파로 일용직 일자리가 줄면서 2023년 7월 취업자수는 1년 전보다 21만 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2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집중호우로 일용직 근로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지난해 7월 일용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8만 8000명 줄어 2021년 1월(23만 2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더구나 집중호우로 근로시간이 줄면서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47만 9000명 늘었습니다.

이상기후가 사과값만 흔드는 게 아니라 고용도 흔드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물가, 고용 지표 등이 이상기후라는 달을 가리키는데 정작 달은 보지 않고 사과값와 취업자수 감소인 가리키는 손 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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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통계’는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의 ‘속’ 사정과 숫자 너머의 이야기를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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