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해도 일자리 불안정
부모와 동거하거나 용돈 받아
일부 “결혼까지 독립 안해” 응답
경제적 의존 길어지며 갈등 늘어
자료=진학사 캐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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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딸에게 생활비를 받는 게 이상한가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50대 여성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같이 사는 딸이 최근 취업해 월급으로 190만 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딸 방을 청소하거나 빨래해 주는 일에 지쳤다”며 “매달 생활비로 30만 원을 달라고 말했더니 딸 입이 툭 튀어나왔다”고 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취업했으면 생활비를 내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과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돈을 모을 수 있게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와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취업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한 뒤에도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 청년이 늘면서 덩달아 부모와 갈등을 겪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에 따르면 이달 1∼5일 20, 30대 19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모의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 비율은 43%였고, 부모에게 월세나 용돈 등을 받는다는 응답도 41%에 달했다. 부모와 같이 살면서 용돈도 받는다는 응답은 7%였다.
20, 30대 청년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서’(56%)였다. 취업난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찾은 상황이다 보니 부모 도움 없이는 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생활비 부담 때문에’(17%), ‘독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3%),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87%는 추후 여건이 되면 독립할 계획이 있었다. 독립을 생각하는 시기는 ‘취업 후’가 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취업 1∼3년 후’(28%), ‘취업 3∼5년 후’(13%) 등이 뒤를 이었다. ‘결혼할 때까지는 독립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도 6%를 차지했다.
진학사 캐치의 김정현 부문장은 “20, 30대 청년 다수가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취업 후 독립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요즘 청년들의 독립 의지가 부족하다기보다 취업난으로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아 캥거루족이 된 사례가 많다는 걸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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