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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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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역인재 채용 '역차별'…69%가 타지역 고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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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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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혁신도시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초·중·고를 모두 해당 지역에서 나온 토박이다. 하지만 입사할 땐 ‘지역인재’가 아닌 일반 채용 과정을 거쳐야 했다. 대학을 서울로 진학했다는 이유에서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서 판단하는 지역인재 기준은 ‘졸업 대학’뿐이다. A씨는 “다른 지역에 살다가 대학교만 해당 지역에서 다니면 지역인재 특혜를 받고, 정작 대학만 다른 지역에 갔을 뿐인 토박이는 아무런 가산점이 없는 것은 역차별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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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16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도 지역인재 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63곳에 신규채용된 지역인재 6640명 가운데 ‘공공기관 소재지 권역 고등학교 졸업자’는 2074명(31.2%)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중 정작 해당 권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입사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나머지 4566명(68.8%)은 고등학교는 다른 권역에서 나왔지만, 대학교를 해당 지역에서 졸업한 경우다.

특히 수도권에서 전국 10개 혁신도시 및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89곳으로 한정해 분석한 결과, 신규채용된 지역인재 4544명 중 이전지역 권역 고등학교 졸업자는 976명에 불과했다. 비중은 21.5%로, 전체 비중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이번 통계는 교육부가 각 공공기관을 통해 지역인재 신규채용 인원을 취합한 자료로, 입사자의 출신고 정보가 없는 공공기관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대학만 지방으로 가도 ‘지역인재’



지역인재 중 ‘토박이’ 비중이 낮은 원인은 현행법상 까다로운 지역인재 기준에 있다는 분석이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혁신도시와 세종시 등에 이전한 공공기관은 전체 신규채용의 30%를 의무적으로 지역인재로 채워야 한다. 이때 지역인재는 해당 이전지역에 소재한 지방대를 졸업한 사람만 해당한다. ‘이전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법적으로 채용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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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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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전남 나주시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졸업한 뒤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했다면 광주전남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에 지역인재로 입사할 수 없다. 서울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영남권·강원권 등 다른 권역 대학으로 진학했어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서울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온 뒤 전남대 등 전남 소재 대학을 졸업했다면 지역인재 채용 대상이 된다. 지방 출신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역차별’ 불만이 팽배한 이유다.



공공기관 특정 대학 쏠림…“파벌 형성 가능성”



현행 방식처럼 ‘졸업 대학’에 한정해 지역인재를 뽑다 보니 공공기관별로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인재로서 채용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작기 때문에 다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지역인재 채용인원 중 전북대 출신이 74%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인원을 전주대(9%)·군산대(6%)·원광대(5%) 등이 나눠 가지는 형국이었다. 부산혁신도시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부산대(58%), 경남혁신도시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상대(67%), 대구혁신도시의 신용보증기금은 경북대(52%), 광주전남혁신도시의 한전은 전남대(59%), 강원혁신도시의 한국관광공사는 강원대(47%) 출신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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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지역인재 신규채용의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특정 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파벌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진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러한 현상이 고착될 경우 조직 구성이 특정 출신 대학에 편중되거나 기관 내 특정 부문 종사자의 전문성 부재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관 내 파벌 형성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공공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어법’ 발의됐지만…주무부처 ‘반대’



이에 21대 국회에서도 지역인재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상임위 단계에서 계류되면서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혁신도시법 개정안, 이른바 ‘연어법’은 이전지역 소재 대학교뿐만 아니라 초·중·고를 졸업한 사람도 지역인재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해당 지역 출신 인재가 이전지역으로 재유입되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혁신도시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역인재 의무채용제도는 지자체, 이전 공공기관, 지역대학 등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어렵게 도임된 만큼 대상 확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조정훈 의원은 “지역인재로 뽑힌 대부분이 타지 출신이라면, 정책의 방법에 완전히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지역인재의 출신 범위를 ‘대학’에 한하지 말고, 법 취지에 맞게 ‘고교’까지 확대하는 방향을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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