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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26년간 축사 분뇨로 고생"…농사일 제쳐놓고 집회 나선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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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 월전마을 주민들 "축사증축 절대 반대"

대통령실·전남도 감사관실로 민원…업주는 강경

뉴스1

지난 12일 전남 장성군청 앞에서 소 축사 증축을 반대하며 시위하는 월전마을 할머니들.2024.4.17./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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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뉴스1) 서충섭 기자 = 전남 장성군 동화면 월전마을 주민들이 바쁜 4월 농번기 일손을 놓고 연일 집회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26년간 돼지 축사에서 발생한 분뇨 냄새 피해를 호소하며 대통령실과 전남도 등에 축사 철거를 호소하고 있지만 장성군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17일 월전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부터 총선 투표일과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축사 증축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36세대 59명의 작은 마을인 월전마을 주민들은 생업인 농사도 제쳐놓고 매일 아침 9시부터 점심까지 장성군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장성군의 중재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위 첫날에는 김한종 장성군수가 나와서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아직 마을을 찾아오지는 않는 등 감감무소식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월전마을서 평생을 살았다는 이삼례 할머니(94)는 "26년 동안 분뇨 냄새로 창문도 못 열고 두통을 달고 살다시피 했는데 이것을 아직도 해결 못해준다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여기가 우리 탯자리고 고향인디 우리가 떠나야 되겄는가. 군수님이 꼭 좀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양민호 월전마을 이장도 주민들이 입고 있는 정신적 피해는 물론 물질적 피해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양 이장은 "손주들이 분뇨냄새가 난다고 해서 마을에 오기 싫다고 하는 것은 약과다. 한 주민이 암 치료를 위해 전답을 팔려고 하니 다른 곳보다 10분의 1 가격밖에 쳐주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땅을 사러 온 이들도 축사를 보고는 고개를 젓고 돌아가기 일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 정치인들도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끝난 일 아니냐며 주민들더러 참고 살라는 식이다"면서 "주민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일부러 무시하고 업주 편을 드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축사는 26년 전 돼지 축사로 월전마을에 세워졌다. 당시만 해도 민가 인근 200m 내 축사 조성 금지 조례가 없었던터라 마을에 세워질 수 있었고, 향후 조례가 생겼지만 소급적용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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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 동화면 월전마을에 조성 중인 노란 지붕의 소 축사. 기존 돼지 축사를 폐업하고 업종 전환 중 분뇨 냄새를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2024.4.17./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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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까지도 주민들은 악취 문제로 못 살겠다며 한겨울에도 장성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등 항의했었다.

장성군과 축사 업주는 악취 저감을 위해 기존 1500마리 규모 돼지 축사에서 100~150마리 규모 한우 축사로 축종 전환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농림부의 FTA피해보전직불금 14억 원도 받아 돼지 축사를 한우 축사로 개축하는 공사가 2022년 2월 시작됐다.

업주는 개축 과정서 장성군의 요청으로 축사 지붕을 노란색으로 칠하기도 했다. 당시 장성군수였던 유두석 전 군수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옐로우시티 장성' 일환이었다.

이같은 협력 분위기 속에서 축사 문제가 넘어가나 싶었으나 창고를 신고된 면적보다 크게 증축한 것이 2022년 7월 적발되면서 장성군이 업주를 고발했다.

이달 초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장성군은 지난 9일 공사중지를 업주 측에 통지했다. 주민들 주장대로 축사 신축 과정서 폐기물이 묻혔다는 의혹 파악을 위해 토양오염도 검사를 실시했으나 기준치 이내가 나왔다.

업주는 불법증축 외 절차대로 진행된 축사 개축을 장성군이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면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업주 김모 씨는 "26년 전부터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장성군이다. 이미 대출 상환과 축사 개축에 수억원을 투입해 옮겨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면서 장성군의 입장은 난감하다. 축사 문제가 얽힌 부서만도 민원봉사과, 환경과, 농업축산과 등 세 곳이다.

주민들이 대통령실과 국가권익위원회, 전남도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전남도 감사관실과 권익위가 장성군에 관련 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장성군 관계자는 "감사 자료 요청에 응하는 한편 주민들과 축사 업주간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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