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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우승 네가 해라”…결승선 앞에서 中선수에 대놓고 양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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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아프리카 선수가 중국 선수를 바라보며 먼저 가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X, 웨이보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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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하프마라톤 대회 결승선 앞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중국 선수를 위해 속도를 늦추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15일(현지시각)CNN과 BBC,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2024 베이징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선수 허제(25)가 1시간3분4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어 케냐의 로버트 케터와 윌리 음낭가트, 에티오피아의 데제네 하일루 등 아프리카 선수 3명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허제보다 1초 늦은 기록이다.

그러나 경기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승부조작’ 논란이 일었다. 영상을 보면 결승선에 거의 다다르자 앞서 달리던 아프리카 선수들이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속도를 늦췄다. 중국 선수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도 했다.

결국 중국 선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아프리카 선수들이 뒤이어 들어왔다.

중국 중계방송 캐스터와 해설자는 “선수 네 명이서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렇다. 오늘 경기 내내 네 사람이 함께 달렸다”고 추켜세웠다.

허제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의 마라톤 간판이다. 지난달 풀코스 마라톤에서도 중국 신기록을 세웠고, 이번에 처음으로 하프마라톤 신기록에 도전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런 챔피언은 전혀 영광스럽지 않다” “스포츠 정신을 모욕했다” “가장 민망한 우승이다”라며 비난했다.
동아일보

사진=X 갈무리 ⓒ뉴시스


논란이 커지자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은 특별 조사팀을 꾸려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은 “스포츠의 진실성은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면서도 “현재 중국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위로 들어온 케냐의 응낭가트는 당초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허제가 나의 친구여서 날 추월하도록 허락했다. 따로 지시를 받거나 금전적 보상을 받은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 6시간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BBC에 따르면, 음낭가트는 중국의 하프마라톤 기록 1시간 2분 33초를 깨는데 도움을 주는 ‘페이스메이커’로 고용됐다고 말을 바꿨다. 총 4명의 아프리카 선수가 고용됐지만 3명만 완주했다고 설명했다.

음낭가트는 “그들이 왜 내 가슴에 ‘페이스메이커’라고 표시하는 대신 번호와 이름을 넣었는지 모르겠다. 난 경쟁 주자가 아니었다”며 “내 임무는 속도를 설정하고 허제가 우승하도록 돕는 것이었지만, 불행히도 그는 기록을 깨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중국 스포츠 전문가인 마크 드레이어는 “이렇게 대놓고 중국 주자가 승리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참가자가 손을 맞잡고 결승선을 넘는 것은 하나의 일이지만, 엘리트 경기에서는 그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엘리트인 허제에게는 이런 자선이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경쟁을 조롱하고 그의 이전 업적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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