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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이라는 尹 입장에… 與 "본심" 野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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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윤 대통령 사과에…

추미애 “사과가 억지춘향식”

권영세 “허심탄회하게 나온 본심”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두고 발표한 입장문 내용에 17일 여야 인사들은 극명히 상반되는 반응을 보였다. 비공개 발언으로 나온 사과만 놓고도 여당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본심”이라고 보는 반면 야당은 “사과가 아니고 억지스럽다”는 정반대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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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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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말을 통해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총선에서 여당이 패한 데 직접 사과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을 “책임을 말하고 본인의 잘못을 강조한 부분이 의미가 있다”며 “대통령께서 변화하시고 국민을 위해 뭐든지 하겠다던 말의 진정성을 국민이 지켜본다는 것을 여당도 명심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은 이유를 어떻게 보는지 질문에는 “국무회의라는 형식도 있었을 것”이라며 “형식이 기자회견 이런 것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 중 사과를 하기 전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취임 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이 체감할 만큼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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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국민의힘 당선인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당선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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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당선인도 “(국정) 기조나 방향 자체는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추진하는 과정이 거칠었던 측면이 있던 것 같아 설득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운영 방식을 바꿀 필요는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 초기 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보다는 정례 기자회견이나 언론인과의 간담회 등을 제시했다.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혹평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체적으로 대통령이 여전히 문제를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정부는 제대로 일했는데 정부가 일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도와주지 않는 야권, 제대로 체감하거나 이해 못 하는 국민들에 대한 아쉬움 이런 쪽으로 표현된 것 같다”며 “아직까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사과한 데에 “사과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잘못을 인정하고 대국민 담화를 통한 사과가 중요했다면 당연히 모두발언에서, 서두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3선 의원이 된 민주당 김병기 서울 동작갑 당선인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앞으로도 일방향적 소통만 계속하고 정책 방향도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며 “투표로 드러난 민의와 비판을 전혀 안 듣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본 것 같아서 솔직히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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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추미애 당선인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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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은 “‘분명히 사과라는 거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억지춘향식”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뭐가 잘못됐는지 잘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제왕적 사고를 보인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추 당선인은 “방향과 기조가 틀렸다”며 “지난 2년간 실적은 거의 F학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과는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국정기조를 바꿔야 하는데, 방향은 옳았는데 국민들이 몰라준다는 것은 국민들의 화난 심정을 많이 자극할 것 같다”고 했다.

5선 국민의힘 권영세 서울 용산 당선인은 민주당 의원들과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권 당선인은 추 당선인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며 “협치 같은 상세한 부분도 사실 다 들어가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야당과 어떻게 협치해 나갈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데 비판이 제기되자 이같이 옹호한 것이다.

권 당선인은 “민심을 경청하면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어떤 단어 하나가 있고 없고에 따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비공개회의 중 사과한 데에는 “(비공개회의 중) 허심탄회하게 참모들과 얘기하면서 대통령의 본심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 이런 표현이 나왔다면 대통령이 진심으로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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