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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스라엘 전시내각 자중지란... “지도부 3명, 상호 신뢰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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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갈란트·간츠, 핵심 사안마다 대립
WSJ "불화 점점 커지며 관계 악화하는 중"
갈등 중심엔 네타냐후... "주요 결정 독점"
이란 공습 대응 결정 혼선... "오판 가능성"
한국일보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11일 제2야당인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오른쪽) 대표, 요아브 갈란트 국방당관과 함께 전시 내각 구성을 알리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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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 사이의 신뢰 부족은 매우 명백하고 심각하다.”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을 지낸 기오라 에일랜드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렇게 단언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지도부 3인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 얘기다. 워낙 불신의 벽이 높아진 탓에 가자지구 전쟁은 물론,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 대응 문제에서도 치명적 오판을 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WSJ는 16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갈란트 장관·간츠 대표 간 불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스라엘 전쟁 지도자들은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서로에 대한 구원(舊怨)이 만만치 않은 데다, 6개월여간 전시 내각에서 핵심 사안마다 대립하며 관계가 더 악화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갈란트·간츠 '패싱'하려 한다"


신문에 따르면 반목의 중심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있다.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갈란트 장관과 간츠 대표를 배제하거나, 결정 내용을 숨기려 한다고 전·현직 이스라엘 관리들은 말했다. 예컨대 가자지구로 향하는 식량·물품 통제를 위해 갈란트 장관을 ‘패싱’하고 자신에게 직접 보고할 담당자를 임명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한다.

의견 충돌도 다반사다. 지난 8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로 진격할 날짜를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갈란트 장관은 ‘미국 입장을 파악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전선’이 두 사람 사이에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마스 인질 문제에서 간츠 대표는 ‘석방 협상’을 주장한 반면,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은 ‘군사적 압박’을 강조했다.
한국일보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15일 예루살렘 의사당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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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목과 파열음은 외부로도 노출된다. 갈란트 장관은 이달 초 반정부 시위 국면 때 ‘9월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WSJ는 “네타냐후의 전시 내각에서 자신의 역할에 한계를 느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미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대표단 방미를 취소시켰는데, 갈란트 장관과 간츠 대표는 보란 듯 미국 방문을 강행한 사례도 있다.

오랜 악연도 '실질적 단결' 방해


‘실질적 단결’을 이루지 못한 데에는 오랜 악연도 작용했다. 2010년 갈란트 당시 소장은 참모총장에 지명됐으나 인사 로비 의혹 때문에 군복을 벗었고, 그 자리는 간츠 대표가 꿰찼다. 두 사람은 전시 내각 참여 때까지 10년 이상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라이벌 간츠 대표와 총리직을 번갈아 수행한다던 약속을 깬 적이 있고, 갈란트 장관은 지난해 사법부 무력화 반대 시위 사태 때 네타냐후 총리에게 맞섰던 전력이 있다.

문제는 이란에 대한 재보복이다. 전시 내각은 시기, 규모, 표적 등과 관련해 명확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라즈 짐트 국가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오판 위험이 상당히 높다.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의 매우 위험한 국면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3명의 권력 투쟁은 가자 분쟁이 이란과의 더 큰 지역 분쟁으로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스라엘과 미국 간 관계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국민 74% "안보 동맹 약화 땐 이란에 반격 반대"


이스라엘 여론도 우려하는 기류가 강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 14, 15일 성인 남녀 1,4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안보 동맹을 약화시킬 경우, 대(對)이란 반격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16일 전했다. ‘동맹과의 관계가 손상돼도 반격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26%에 그쳤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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