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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사설] “군복무 줄여달라”는 전공의들 요구, 국민이 납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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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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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 발표 후 사직한 류옥하다 전 대전성모병원 전공의가 그제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전공의 150명을 상대로 실시했다는 서면·대면 인터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요구 사항에는 ‘군복무 기간 현실화’가 포함됐다. 군의관(38개월)과 공중보건의(37개월)의 복무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얘기다.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주장이다. 더욱이 군의관 복무가 전공의 처우 개선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

류옥씨는 “한 인턴은 ‘군복무 기간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동료들도, 후배들도 전공의를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의대생들 가운데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기피하는 이가 느는 현상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육군의 현역 병사는 18개월만 복무하면 되는데 굳이 3년 넘게 군대에 있기 싫다는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군의관이나 공보의의 복무 기간이 과도하게 길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육해공군 학사장교의 경우 훈련까지 포함한 복무 기간이 40개월에 이른다. 군대에서 장교의 책무는 병사보다 훨씬 무거우며 이는 군의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의료 체계가 열악한 지역 주민들을 돌보는 공보의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복무 기간을 줄여달라는 것은 과도한 특권 의식으로 보일 뿐이다.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에는 선의의 의료행위에서 비롯한 사고로부터의 면책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경질도 들어 있다. 이 또한 도를 넘어선 것이다. 의문의 의료사고가 일어났는데 진상조사도 않고 ‘의사는 면책 대상’이라고 해 버리면 누가 수긍하겠나. 또 의대 정원 증원은 대통령실이 결정한 사안이다. 복지부 장관도 아니고 차관한테 그 책임을 묻자는 주장에 동조할 이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전공의들이 정부와의 대결에서 이겨 ‘전리품’을 챙기겠다는 오만으로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전국 32개 의대생 1만3000여명이 자신이 속한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법원에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시켜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앞서 사법부는 비슷한 취지의 소송들에서 줄줄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의대생들은 무리하게 시간 끌기를 하기보다는 강의실로 돌아가 학업에 충실하길 바란다. 아울러 전공의들도 당장 환자 곁으로 복귀해 진료에 매진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의료개혁에 관한 합리적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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