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상황을 보면 박영선·양정철 두 사람의 인사 검토를 비서실장과 정무·홍보수석, 대변인 등이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혼선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총리와 비서실장 인사에 이들을 제외한 다른 참모들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비서실장 등의 공조직과 다른, 실제 대통령실을 움직이는 비선 라인이 있다는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대통령실 직제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에 대해서는 인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두고 그 위원장은 비서실장이 맡도록 돼있다. 비서실장이 모르는 인사가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총선 참패와 관련해 “죄송”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대통령실 참모가 “비공개 회의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죄송하다’는 당연한 한마디조차 넣지 않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작성한 사람은 누구인가. 지난 1일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 때도 참모들이 뒤늦게 증원 숫자 조정이 가능하다고 담화에는 없는 입장을 밝혔다.
박영선 전 의원을 총리로 검토하는 자체를 뭐라고 할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 다른 당 출신을 기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인사 검토는 폭넓게 하는 것이 옳다. 박 전 의원은 중기부 장관을 지냈고 최근엔 반도체에 천착하면서 과거의 정치 행보에 대해 성찰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중대 인사가 공식 조직이 아니라 누군지 알 수 없고 권한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검토된다면 정상적인 국정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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