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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사람' 박영선∙양정철 기용설까지…지금 용산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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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02년 4월 17일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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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표류하고 있다. 4·10 총선 참패 다음날인 1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및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후속 인선이 발표되지 못한 채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차기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무수한 하마평만 새어 나오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혼선에 기름을 부은 건 17일 오전 TV조선과 YTN이 보도한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유력 검토설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른바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로 불리며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힌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요직에 기용될 수 있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하루종일 뒤숭숭했다.

일단 대통령실은 공식 부인했다. 해당 보도가 나오고 약 3시간 뒤 대변인실 명의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상당수 수석도 “전혀 아는 바 없다”“황당한 이야기”라는 반응이었다. 특히 야당 책사로 불리는 양 전 원장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에 대해 일부 참모진은 “윤 대통령이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식 입장과 180도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파격적인 방안일 수 있다”며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에게 정무장관직을 신설해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정 참모가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을 언론에 일부러 흘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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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4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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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의원과 양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과 부부 모임을 가질 만큼 친밀한 사이라고 한다. 박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검사였던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4월 미국 국빈방문 당시 윤 대통령의 하버드대 강연에 참석했다. 양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을 문 전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으로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언론 보도 뒤 양 전 원장은 주변에 “뭘 더 할 생각이 없다. 무리한 보도 같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본지에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은 이날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이분들(박영선·양정철)이 윤 대통령과 친한 것은 사실”이라며 “찔러보기, 띄워보기이자 간 보기다. 언론에 흘려보면 1차 검증이 된다. 윤 대통령은 야당 파괴 공작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민주당 당선인도 SBS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 탄핵 직전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씨를 총리 지명한 것과 유사한 느낌”이라고 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IMF를 극복하려 보수 진영에 있던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셔왔다. 무난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이 단순한 띄워보기가 아니라 현재 윤석열 정부가 처한 국정 운영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 참패로 위기에 봉착한 엄중한 시기의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과 같은 해프닝은 (대통령실)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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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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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의를 표명한 수석급 참모진의 국정 관여 빈도는 대폭 줄어든 상태다. 정책을 담당하는 ‘늘공(직업 공무원)’ 참모진은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기존 업무를 수행 중이지만, 정무 기능을 담당하는 ‘어공(외부 출신 공무원)’ 참모진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빠지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하지만’이 15번 등장하며 기존 국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16일 국무회의 총선 입장문도 극소수 참모만 배석한 채 준비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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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이 17일 검찰특활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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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영선·양정철 기용설도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데, 일부 참모는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아예 맞다고 하니 이것 자체가 비정상 아닌가”라며 “공식선상과 다른 얘기가 자꾸 흘러나오니 비선 라인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최근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관저 정치’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서도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총리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야당이 각종 특검 카드를 꺼내 드는 상황에서 전열을 서둘러 재정비하기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서실장과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일주일 가량 됐지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정진석·권영세·장제원 의원, 이정현 전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하마평만 무성한 상태다. 특히 총리의 경우 거대 야당의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박영선 전 의원도 배제할 수는 없는 카드”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앉히고 싶은 인물과 당과 여론이 요구하는 인사가 다른 점이 윤 대통령의 고심을 깊게 하는 듯하다”며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국정 운영 자체가 마비된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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