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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반도체 지원, 한국만 역주행…국힘 총선 참패에 ‘보조금 공약’ 동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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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보조금 지원 공감대 없고
‘K칩스법’ 연장도 확답 안해

산업부 “보조금 지급 필요”
기재부 “재정 감안해 선별”
부처간 이견도 넘어야 할 산

“비메모리·후공정분야 등
이윤 적은 기업 우선 보조금”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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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도 세제 혜택, 산업단지 지원 등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기조에 맞게 정부도 보조금 지급 방안을 협의중이지만 부처간 입장이 엇갈리는데다 보조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은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인텔, TSMC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64억 달러(8조90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일본도 구마모토에 1~2공장을 짓는 TSMC에 각각 4760억엔(4조2000억원)과 7300억엔(6조 5000억원)의 보조금을 준다.

정부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15~25% 세액공제을 주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3년 연장을 추진하는 것도 글로벌 첨단기업 유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소한의 인센티브는 유지하기 위해서다.

경기 용인 일대 들어설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2030년부터 가동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환경영향평가와 토지 보상에 들어가는 기간을 단축해 통상적인 절차의 절반인 3년 6개월 이내 용지 조성을 마치고, 2026년 반도체 산단 착공에 들어간다.

첨단산업 특화단지 기반시설을 구축할 때 국비 지원율을 5~10%포인트 올리고, 인력 양성과 특화단지 지원에 나서며 내년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를 비롯한 4대 첨단산업 연구개발(R&D) 예산을 10% 증액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쟁국간 보조금 전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인센티브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인데 미국을 포함한 경쟁국이 이미 WTO 규정을 어겼다”면서 “여러 국가가 규정을 깼다는 것은 보조금을 지급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후공정 분야 기업 위주로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산업 지원 확대와 관련한 첫번째 허들은 부처간 이견이다. 산업부는 반도체 기업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비메모리 기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 상황을 감안해 아직 기술력이 높지 않은 분야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 총선 압승도 변수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에서 미국 등 경쟁국의 대규모 보조금을 의식해 한국도 신규 시설투자에 대해 주요국 지원에 대응하는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다.

문제는 보조금 지원은 고사하고 K칩스법까지 불발되는 최악의 경우다. 일단 여야 모두 K칩스법 연장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K칩스법을 연장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다만 민주당은 K칩스법 일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고, 세수 감소와 투자 증대 효과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투자세액공제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세수 확보 여건은 충분한지 등을 따져서 일몰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는 물론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K칩스법이 사실상 유일한 인센티브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일경제 의뢰로 한·미·일 첨단산업 지원 정책을 비교한 결과 정부 구상대로 올해 K칩스법 일몰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보조금에 준하는 인센티브가 없다면 국내외 투자 역차별은 심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이 지난해 한국에 투자한 몫(설비투자 추정액·66조원)만큼 미국과 일본에 투자했다면 한국에 투자했을 때 보다 받을 수 있는 지원 규모가 11조2000억원~13조7000억원 더 많았을 것으로 추산됐다.

만약 K칩스법이 올해 일몰을 맞는다면 이 격차는 더 커진다. K칩스법 폐기시 한국과 미국·일본간 첨단산업 지원 격차는 17조2000억원~19조7000억원으로 더 많이 벌어진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액공제는 이윤이 많이 나는 대기업에 유리하고, 이윤이 크지 않은 기업에게는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비메모리반도체, 후공정 분야 소규모 기업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신규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이 이 부문부터 보조금 지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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