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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비만 신약으로 살 뺐더니, 수면 무호흡증도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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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라이릴리 젭바운드 광고 모델이 주사약을 들고 있다./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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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 약물이 수면 무호흡증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2년간의 임상 연구를 통해 티르제파티드가 비만 성인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심각도를 최대 2/3까지 줄일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릴리는 이 연구 결과를 지난 11일 미국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협회 연례 회의에서 발표했고, 올해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티르제파티드를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로 허가 받기 위해 신청할 계획이다.

티르제파티드는 젭바운드와 마운자로 브랜드로 체중 감량과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글루카곤펩타이드(GLP)-1 계열 의약품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췌장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해 혈당과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몸속 혈당이 일시적으로 오르는데, GLP-1 유사체를 투약해 혈당과 식욕을 막는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체중 감량)와 오젬픽(당뇨병)이 GLP-1 의약품이다.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중에 기도가 막히면서 10초 이상 호흡이 중단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이거나 목젖이 늘어져 있을 때, 편도선과 혀가 커져 공기가 목구멍을 통해 기도로 넘어가기 힘들 때 생긴다.

코골이, 두통, 졸림 등이 주된 증상이며,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면 무호흡증이 생기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진단을 받으면 입속에 공기를 불어 넣어 기도가 폐쇄되는 것을 막는 양압(CPAP)기를 처방 받는다. 하지만 양압기를 착용하고 잠을 자는 것이 불편해서, 대부분 환자가 치료를 포기한다.

릴리는 양압기 치료를 받는 수면무호흡증 비만 성인 환자를 티르제파티드 투약군과 위약군으로 나눠서 52주 동안 투약한 결과, 티르제파티드 투약군은 시간당 기도 폐색이 30.4건이 줄어든 반면, 위약군은 6.0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티르제파티드 투약군의 체중은 평균 20.1%가 줄었고, 위약군은 2.3% 감소했다. 양압기를 쓰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 연구에서는 티르제파티드 투약한 환자의 시간당 기도 폐색 건수가 30.4건 줄었다.

릴리는 티르제파티드를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로 승인받으면, 의료보험 급여 보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국가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최근 심장병 등을 관리하는 목적이라면 체중 감량 신약을 급여로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티르제파티드의 한 달 약값은 1060달러(146만원)에 이른다.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GLP-1 약물을 지방간 치료제로도 연구하고 있다. 위고비는 지난달 미국 FDA로부터 심혈관 질환과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으로 추가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메디케어 파트 D 플랜에 가입한 미국인은 위고비에 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릴리의 제품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인 제프 에믹은 “미국 성인 가운데 최대 8000만 명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은 증상이 심각한데도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티르제파티드는 이 기저 질환에 대한 최초의 의약품 치료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릴리의 주가는 이날 0.5% 상승했다.

참고 자료

현대 임상시험(Contemporary Clinical Trials) DOI: https://doi.org/10.1016/j.cct.2024.107516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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