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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산불 났는데 통신 두절·소방 출동에 1시간"…마우이 화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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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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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산불로 잿더미가 된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

지난해 8월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통신 두절과 소방 출동 시간 지연 등으로 인해 더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마우이 소방국은 전날 발표한 화재 사후 조치(After-Action) 보고서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8월 8일 마우이섬 서부 라하이나 일대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10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후 약 8개월 만에 나온 보고서입니다.

마우이 소방국의 의뢰로 국제소방서장협회 지부인 서부소방서장협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 예보관들이 산불이 나기 닷새 전부터 가뭄과 강풍으로 산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지만, 마우이 소방서는 대원들을 주요 위험 지역에 배치하는 조처를 거의 취하지 않았고 긴급 상황 시 필요한 장비를 갖춰놓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따라 화재 발생 직후 근무자였던 소방대원들은 소방차에 필요한 장비를 모아 싣고 화재 현장에 도착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소방서장협회 보고서는 사후 개선할 점으로 "최소한의 인력 배치와 자원의 사전 준비"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상 상황에서 두절된 통신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산불로 광섬유 케이블이 불타고 전기가 끊기면서 휴대전화가 작동하지 않았고, 무선 통신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근 다른 섬의 중계기를 통해 무선 통신이 가능하긴 했지만, 무선 주파수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당국자들과 소방관들끼리도 통신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주민들도 화재 경보 알림을 받지 못했습니다.

재난 당국은 하와이에 설치된 비상 사이렌 네트워크를 이용해 주민들에게 경고하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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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마우이섬에서 화재 피해 지역 바라보는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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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는 당국이 섬의 통신 시스템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19세기 외지인들이 섬에 들어와 땅을 파인애플과 사탕수수 농장으로 전환한 뒤 1900년대 후반에 농장들이 문 닫으면서 휴경지가 외래종 풀로 뒤덮였고, 이것이 가뭄의 장기화 속에 쉽게 불붙을 수 있는 '연료층'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섬 전역의 대피로가 산불로 쓰러진 전봇대와 나무, 전선 등으로 막혀 주민들의 대피를 지체시키고 피해를 키웠다면서 "주요 접근 경로를 확인하고 비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법 집행기관과 재난관리 당국이 협력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당국의 대응 과정에 있었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지속된 강풍과 막힌 대피로, 끊긴 수도 시설 등 열악한 여건을 무릅쓰고 영웅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자기 집이 불타는 와중에도 수백 명을 먼저 구조하기 위해 분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브래드 벤투라 마우이 소방국장은 "이번 화재의 원인과 근원은 아직 연방 알코올·담배·무기단속국(ATF)에서 조사 중이므로 현재로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행정 당국인 마우이 카운티는 끊긴 전선에서 튄 불꽃을 화재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전력망 관리업체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허리케인 적색경보가 있었는데도 전원을 미리 차단하지 않아 전선이 강풍에 끊기도록 방치했다는 주장입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사고 당일 새벽 라하이나에서 전력선 하나가 끊어져 내려 처음 화재를 일으켰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것이 당일 오후 발생해 마을을 태운 2차 화재의 원인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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