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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좋은 건 다 일본으로 가네”...미중대립에 반사이익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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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향후 2년간 1.2조엔 투자
도쿄·오사카의 데이터센터 증설
MS와 아마존도 대규모 투자 추진

‘데이터 주권’ 중시하는 일 정책에
미·중 대립 따른 반사효과도 있어


매일경제

오라클 [사진 = 연합뉴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강자들이 줄줄이 일본에 데이터센터를 만든다. 자국 내 데이터의 외부 반출을 통제하려는 일본 정부 정책과, 일본 공공기관·기업의 수요 증가, 미·중 대립으로 중국 대신 일본을 아시아 데이터센터 핵심기지로 삼겠다는 전략 등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IT 대기업 오라클이 올해부터 10년간 약 1조2000억엔(8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일본에서 데이터 센터를 증설한다고 보도했다.

오라클은 현재 데이터 센터를 운영중 도쿄와 오사카 두 곳을 중심으로 설비를 증설할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정보 체제도 정비하기로 했다. 데이터 센터의 고객지원 담당 인력을 일본 국내 거주자로 한정함으로써 일본 정부 기관이나 금융사처럼 기밀 데이터를 취급하는 고객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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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빅테크들은 앞다퉈 일본에 거액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예정됐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에 맞춰 일본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약 4400억엔(29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MS 창립 이후 일본에 대한 투자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려면 엄청난 계산 능력이 필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데이터센터 내 서버시스템이다. 특히 언어와 사진, 영상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생성 AI에서는 방대한 계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MS는 올해 동일본과 서일본에 있는 2개의 데이터 센터에 최첨단의 화상 처리 반도체(GPU)를 짜 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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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로고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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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일본에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2조2600억엔(20조2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다.

글로벌 IT 대기업이 앞다퉈 일본을 찾는 것은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대립과 무관하지 않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공지능(AI) 개발·서비스에 중요한 데이터나 개인 정보를 외국으로 반출하지 않고 일본 내에서 보관·처리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일본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을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목적도 있다.

독일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일본의 생성 AI 관련 시장은 2030년에 지난해보다 4.8배 늘어난 87억달러(약 1조29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657억달러인 미국과 296억달러인 중국에 이어 3번째 규모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선진국도 앞지르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는 분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일본은 개인정보의 엄격한 관리를 기업에 요구하는 유럽연합(EU)의 일반데이터보호규칙(GDPR)과 유사하게 국경을 넘나드는 개인 데이터의 이전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해외 클라우드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클라우드 업체 육성에도 나섰다. 최근 공공기관 클라우드 제공 사업자로 선정한 ‘사쿠라 인터넷’에 보조금 6억엔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쿠라 인터넷은 지난해 11월 일본 업체 중에는 처음으로 지자체 등이 보유한 개인 정보 등을 관리하는 데 사용될 정부 클라우드 제공 사업자로 뽑혔다.

데이터센터 시장은 매우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스타티스타는 2028년 글로벌 시장이 4386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3%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데이터센터 시설이 확충되는 가운데 여기에 가장 큰 의존을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최근 일본 도쿄에 아시아 첫 거점을 개설했다.

오픈AI는 아마존웹서비스(AWS)재팬 사장을 지낸 나가사키 다다오를 일본 법인 사장으로 영입했다. 연내 직원을 1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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