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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머나먼 길 함께하는 새·춤추는 사람…흙으로 빚은 작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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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나주박물관, 23일부터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

1천600년 전 장례문화 보여주는 토기·토우 등 240여 점

연합뉴스

경주 황남동 유적에서 출토된 토우장식토기 뚜껑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름이 15㎝ 정도 되는 뚜껑 위에 흙으로 빚은 세계가 펼쳐진다. 춤을 추고, 악기를 불고, 절하는 사람도 있다.

어린아이가 흙을 조물조물하며 완성한 듯하지만, 동작 하나하나가 눈길을 끈다.

지금으로부터 1천600년 전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를 떠나보내며 무덤에 남긴 각종 토기와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 상)를 조명하는 전시가 전남 나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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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노동동 유적 출토 토우 장식 항아리
정식 명칭은 국보 '토우장식 장경호'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나주박물관은 이달 23일부터 고대의 장송 의례를 소개하는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 상형 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를 지역에서 소개하는 자리다.

신라·가야 지역에서 주로 출토된 다양한 모양의 상형 토기, 경북 경주 황남동 유적에서 출토된 토우 장식 토기 등 240여 점을 한곳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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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만의총에서 출토된 상서로운 동물 모양 토기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사람,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다양한 토기를 비추며 시작된다.

옛사람들이 죽은 이를 하늘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은 새 모양 토기, 상서로운 기운을 드러내는 듯한 상상 속 동물 모양 토기 등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과거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유행한 듯한 수레바퀴 모양 토기는 일상에서 쓰인 게 아니라 망자의 영혼을 저세상으로 운반하기 위한 제의용 그릇으로 여겨진다.

박물관 관계자는 "고대의 장송(葬送·죽은 이를 장사 지내어 보냄) 의례는 죽음으로 끝이 아니라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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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가흥리 신흥고분에서 출토된 새모양 토기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 황남동 일대에서 수습한 다양한 토우 장식 토기는 꼭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는 토우 장식과 토기 등이 조각난 상태로 출토됐으나, 지난해 전시를 준비하면서 총 97점을 복원한 바 있다. 거의 100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엄지손가락 크기부터 10㎝ 안팎의 조각까지 뚜껑을 장식한 토우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새, 개구리 등 동물 종류만 50종에 달하고 남녀의 성적인 행위를 묘사한 듯한 토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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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장식 토기와 전시 영상 모습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람과 동물이 열을 지어 행진하는 듯한 토우는 과거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

경주 노동동 11호 무덤에서 출토한 긴목항아리 속 토우 부분도 특히 흥미롭다.

1978년 국보로 지정된 항아리(정식 명칭 '토우장식 장경호')는 개구리 뒷다리를 문 뱀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며 그사이에 사람 모양 토우가 장식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 사람은 지팡이를 들고 있고, 다른 사람은 신체 묘사를 볼 때 남성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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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송제리 3호분에서 출토된 새모양 토우 장식 기대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양한 토우 사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유물도 있다.

높이 3.2㎝의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다. '신라의 피에타'로도 불리는 이 토우는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주목받은 바 있다.

박물관이 있는 나주 가흥리 무덤에서 출토된 새 모양 토기, 송제리 3호 무덤에서 발견한 새 모양 토우 장식 기대(器臺·밑이 둥근 항아리 등을 올려놓는 데 쓰던 받침)도 볼 만하다.

7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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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국립나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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