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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의대증원 자율모집 허용에 대학들 내부검토 착수·타대동향 촉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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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측 '인원 조정 불가피' 우세 속 구체적 방향엔 '신중' 견지

의대 교수 "긍정측면 있으나 학생·전공의 복귀에 매력적 발표 아니다"

연합뉴스

조용한 의대 강의실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동맹휴학 등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들이 대량 유급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국 의대 80%가량이 수업을 재개한 15일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4.15 psik@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정부가 19일 정원이 늘어난 전국 32개 의대에 내년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 모집 정원을 정할 수 있도록 한데 대해 해당 대학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증원규모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 대학들은 이번 발표에 대한 의대 교수나 학생, 전공의 등의 반응은 물론 다른 대학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여서 추이가 주목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관련,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경북대, 충남대, 충북대 등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이 증원된 의대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지난 18일 정부에 건의한 것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연합뉴스가 각 대학 측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자율적 모집을 건의한 국립대를 포함한 일부 대학은 이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긍정 평가했지만, 일부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또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일부 대학은 달라진 게 없다, 별도의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등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부산지역 한 의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에 현재 내부적으로도 검토 중"이라며 "5월까지 모집 요강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학내에서도 회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 정원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의가 이를 계기로 다시 병원에 돌아올 것이냐는 것인데, 이들이 복귀 의사를 밝힐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북대 관계자는 "현재 정원과 교육부 배정 증원 수, 의대 교육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 앞으로 의대와 긴밀한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모집 인원 등에 대해서는 "현재 단계에서 정해진 바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앞서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난달 2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의대생 증원(142명→200명)이 단비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남대도 교육부에 증원을 건의할 때 강의실과 실험실습실 등 제반 시설과 교수진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의한 만큼 증원 규모에 대해 추가 입장을 내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립대도 대부분 6개 국립대 총장의 건의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관망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는 증원 규모와 관련해 정부와 의사단체·의대생 사이 합의점이 생긴다면 증원 조정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전 을지대와 건양대, 천안 단국대는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되거나, 정해진 입장은 없다"면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천안 순천향대 관계자도 "아직은 이 문제에 대해 크게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의대 관계자는 "의대 신입생 자율 모집이 허용된 것은 다소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대학 차원에서도 대응 방침을 고민 중"이라며 "다른 대학들의 증원 규모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조정하는지 등 동향을 참고해 구체적 모집 인원을 다시 결정할 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아주대 의대 A 교수는 정부 발표에 대해 "다수 의사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는 "'2천명' 증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다수 의사의 목소리는 결국 묵살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새로운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학내 구성원들 간 이견이 생기고 갈등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울산대 측은 정부 발표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해 향후 계획 등을 당장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울산대 관계자는 "(증원된 의대 정원인) 120명을 고수하지 않고 국립대와 같이 50∼100% 범위 안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대는 늘어난 정원을 반영하기 위한 학칙 개정에 착수해 정원 조정과 관련한 입장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의 한 의대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증원 조정과 관련해 찬성·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다. 이미 대학별 증원 규모가 발표된 상황에서 언급하기도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인천지역 의대 관계자도 "당장 규모 조정 계획은 없지만 다른 대학과 정부 지침을 주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립대는 정부의 지침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모집 요강을 확정할 수 있게 의정 갈등이 봉합됐으면 한다"고 했다.

영남대 관계자는 "현재 배정받은 인원에 대해 양질의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내년도 의대생 모집과 관련해 다른 변수가 생긴다면 논의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림대 관계자는 "다음 주 중으로 간부 회의를 해 6개 국립대 총장의 제안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와 연세대 미래캠퍼스 등 강원지역 다른 의과대학도 분위기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건의를 주도한 6개 대학은 총장들이 파국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보는 교내 시선이 곱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업일수 부족에 따른 의대생 유급, 내년도 신입생 모집과 입시요강 확정 등을 앞둔 상황에서 각 대학 총장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을 정부와 의사단체 양쪽에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상국립대 의대에서는 무조건 자율에만 맡길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세워놓은 뒤 공론의 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대 관계자는 "50% 정도를 기준으로 잡은 뒤 의정 대화 등 사회적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적절한 인원을 정해야 한다"며 "의료계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수가 적어지지 않으면 지금 현장을 떠난 의료진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 선발 허용 발표를 바라보는 강원대 의대 내부의 시선은 냉소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 의대 관계자는 "2천명 증원을 유연하게 조절하겠다는 첫 움직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과 전공의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발표도 아닌 상황이다"고 말했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오는 22일 예정된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임시총회에 참석해 교수들과 의대 신입생 자율 모집 등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북대 의대 교수들은 "정원 증원분의 50%를 감원하더라도 양질의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교수들은 70∼80명 정원이 적정선이고, 최대로 1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장환 비대위원장은 "이번 모집 방침도 총장이 의과대학과 상의한 것이 아닌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오늘 결정된 내용으로 학칙을 개정한다면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은 심화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충남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정부가 수용한 것에 대해 "의대 교육 정상화와 의료현장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남대는 다음 주부터 의대 정원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등을 의대 측 및 대학 구성원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대학에서도 의대 교수들은 냉담한 반응이었다. 충남대병원 비대위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원점재검토가 아닌 한 현재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헌 박성제 정찬욱 유의주 강태헌 김용태 김솔 천경환 형민우 정경재 이강일)

연합뉴스

'아무도 없다'…조용한 의대 강의실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25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3.25 psik@yna.co.kr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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