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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백영옥의 말과 글] [350] 우정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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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에 나는 축의금을 이만큼 했는데 돌아온 축의금은 요만큼이라 고민 중이라는 기사가 가끔 눈에 띈다. 기사 밑에는 ‘손절이 답’이라는 댓글도 꽤 많다. ‘우정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다가 우리가 친구라고 믿는 관계의 절반 정도만 두 사람 모두가 서로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문장을 봤다. 생각보다 우정이 일방적이란 뜻이다. 우정에 대한 더 암울한 전망은 2009년 버거킹 광고에서도 보인다. 페이스북 친구를 끊으면 와퍼 세트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무려 23만명이 친구 관계를 끊은 것이다. 그러자 버거킹은 ‘우정은 강하다. 버거킹은 더 강하다!’는 대대적인 광고를 펼쳤다.

친구의 재능이 아까워 관계자에게 자기가 출연하는 작품에 친구를 추천한 남자가 술 취한 친구에게 “네가 나를 동료로 생각해 경쟁하려 들지 않고 만만히 보기 때문에 나를 옆에 두려는 거잖아!” 하는 말을 들었다면 어떻겠는가. 내 호의가 너의 상처로 둔갑한다면 말이다.

친구가 되기보다 어려운 건 친구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좋은 관계란 오해와 이해, 화해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우정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른 것도 큰 걸림돌이다. 비가 오면 함께 맞아주는 걸 우정이라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우산 가게를 알려주거나 가지고 있는 우산을 빌려주는 게 낫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박찬욱 감독은 가훈 숙제를 내민 초등학생 딸에게 “아니면 말고!”를 써준 것으로 유명하다. ‘아니면 말고’에는 인간사 노력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 숨어있다. 우정도 마찬가지다. 손절이든 지속이든 힘써 보고 아니면 내려놔야 한다. 관계를 유지하며 계속 싸우기보다 보지 않는 쪽이 더 현명할 때도 있다. 관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처럼 오랜 친구와 겪는 갈등이 오히려 어느 쪽이 진짜 내 편인지 가늠해주기도 한다. 또 종종 상처를 남기고 떠난 우정 덕분에 새롭게 다가오는 우정을 만나기도 한다. 관계에는 유효기간이 있을까. 당연히 우정에도 시절 인연이 있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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