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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우리도 AI 노트북 있다"…애플 '맥북 에어 M3' 써보니 이런 느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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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월 20일 서울 마포구 애플스토어 홍대점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서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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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가총액 3조 달러(약 4000조원)를 넘어서며 혁신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애플이 샌드백 신세가 됐다. 애플만의 인공지능(AI) 시간표가 분명 있었겠지만 시장은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 사이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가 멀찍이 달아났다. 방어에 급급하던 인텔·삼성은 AI 물결을 타고 한발 빠르게 관련 기능을 제품에 적용하며 ‘애플 타도’를 외치고 있다. 백기를 든 애플은 다급하게 모든 제품 라인업에 AI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 맥북 에어 M3에서도 애플의 초조함이 엿보인다.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으며 “AI 기능을 위한 세계 최고의 소비자용 노트북”이라 공식 소개했다. 애플이 제품 소개에 AI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맥북 에어 M3 13인치 모델을 사용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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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에어 M3 13인치. 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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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애플만이 사용하고 있는 대만 TSMC의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진 M3 칩은 지난해 맥북 프로를 거쳐 올해 대중적인 라인업인 맥북 에어에 안착했다. 애플 측은 “M1 칩 탑재 모델 대비 최대 60%, 가장 빠른 인텔 CPU(중앙처리장치) 탑재 맥북 에어 대비 최대 13배 빨라진 성능”이라 설명했다.

사실 M3 칩에 들어서며 달라진 변화는 대부분 앞서 맥북 프로 라인업에서 이미 선보였던 것들이다. 대신 애플은 맥북 에어의 핵심 키워드를 AI 대중화로 놓았다. 이번 신제품이 속도와 효율성이 향상된 16코어 뉴럴 엔진을 통해 카메라 기능·실시간 받아쓰기·번역·자동 완성 텍스트 등 다양한 AI 기능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처음부터 AI 구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이 아니다 보니 애플 실리콘의 ‘기본 실력’만으로 AI에 대응한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굳이 이번 맥북 에어부터 ‘AI 노트북’으로 분류해야 할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는 뜻이다. 13인치 모델 가격은 159만원부터, 교육용은 145만원부터 시작한다. 15인치 모델 가격은 189만원부터, 교육용은 175만원부터 시작한다.



AI 노트북 대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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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시장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미 애플에 앞서 모든 경쟁자가 AI 노트북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이미 노트북 중심으로 재편됐다. 전체 소비자용 CPU에서 노트북용 CPU 비중은 지난해 4분기 70%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노트북 출하량은 451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한 반면 데스크톱은 같은 기간 1210만 대로 지난해보다 0.4% 감소했다.

노트북 CPU 시장을 선점하는 곳이 AI 시대 소비자용 CPU 왕좌에 앉게 되는 셈이다. x86 진영 대표주자인 인텔은 지난해 말 신형 CPU 메테오 레이크를 내놓고 가장 먼저 AI PC 시대를 선언하며 애플에 대한 복수에 나섰다. 여기에 올해 삼성전자·LG전자·대만 에이서·에이수스 등이 인텔 CPU를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을 쏟아낸다.

ARM 진영에선 퀄컴이 등판한다. 하반기 PC용 스냅드래곤X 엘리트 칩이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스마트폰용 스냅드래곤으로 애플과 경쟁하던 퀄컴은 최근 PC용 CPU 시장에도 진출했다. 여기에 ‘AI 칩의 대명사’로 불리는 엔비디아까지 PC용 칩 시장 진출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코너 몰린 애플의 ‘6월 대반격’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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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맥북 에어 M3(왼쪽)와 구형 맥북 에어 13인치 비교. 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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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애플은 올해 하반기부터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라인업을 AI 중심으로 전면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럴 엔진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AI에 대응할 기반을 먼저 만들어 놓고도 고객에게 AI를 새로운 차원의 경험으로 녹여내는 데 실패했다. 지금껏 애플이 가장 잘해왔던 일인데도 말이다. 결국 챗GPT·구글 제미나이 등 클라우드 AI는 물론, 온디바이스 AI를 앞세운 인텔·삼성에마저 이슈를 선점당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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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연례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one more thing"(하나 더)라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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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애플도 기존의 전략을 갈아엎고 AI 전쟁에 뛰어든다. 최근 블룸버그는 애플이 AI에 초점을 맞춘 프로세서 M4 생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6월 열리는 애플의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새 AI 칩 M4와 함께 그동안 준비한 AI 전략을 대대적으로 공개할 것이 유력하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애플이 성능이 뒤처져서 경쟁에서 소외됐던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관건은 하나다. 애플이 새로운 AI 기기·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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