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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종섭과 통화 김용원, 채상병 소속 부대 난데없는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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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용원 상임위원이 22일 오후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14층 전원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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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인권보호관을 겸하는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고 채아무개 상병의 소속 부대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 상병 수사 외압과 관련해 의혹을 받는 군인권보호관이 뚜렷한 목적 없이 해당 부대를 방문한 일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인권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김용원 상임위원은 지난 16일 군인권총괄과장 등 3명의 직원과 포항 해병대 제1사단을 방문해 사단장을 접견하고 내무반 등 시설을 둘러봤다. 김용원 위원은 현지에서 1박을 한 뒤 다음날 서울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제1사단은 지난해 경북 예천에서 폭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채 상병의 소속 부대다. 사건 당시 지휘 책임자였던 임성근 소장은 지난해 11월 육군사관학교로 자리를 옮겼고, 현 사단장은 주일석 소장이다.



김용원 위원은 22일 오후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해병대 1사단에 가서 유감 표명한 사실이 있느냐”는 원민경 위원의 질문을 받고 해병대 1사단에 가서 사단장과 점심을 먹고 부대를 다니면서 문제가 없는지 군인권 상황을 살펴보았다“고 답했다. “추호도 답변할 생각이 없다”며 한참 버티다가 김 위원이 내놓은 답변이었다. 김 위원은 “사단장이 생면부지의 사람”이라며 부대 방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은 채 상병 사건 직후 국방부의 ‘외압’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입장을 180도 바꿨는데, 입장 변경 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산 바 있다. 군인권보호관은 군인 사망 시 조사 입회권을 가진 사실상 유일한 군 견제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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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위원이 22일 오후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를 앞두고 14층 전원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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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위원과 해병 제1사단에 동행한 군인권보호국의 한 간부도 “방문조사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간부는 “앞으로 인권위 조사가 잘 진행되게끔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시설이 열악하지는 않은지 부대 내부를 둘러봤다”며 채 상병 사건 관련해서는 “(김 위원이) 앞으로 그런 안타까운 사건이 없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사건 관계자가 되어버린 김 위원의 갑작스런 부대 방문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위의 또 다른 간부는 “군인권보호관으로서 이종섭 장관과의 통화 직후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의혹을 받는 판국에 그 부대에 가는건 적절치 않았다. 본인이 박정훈 대령 진정 건을 기각시켰고, 또 공수처와 특검의 조사가 예고된 마당에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지역 기관장이 부대를 방문할 때도 뚜렷한 근거와 목적이 있다. 명확한 목적성도 없고 시급성이 없는데, 특히 그 많은 부대 중 무슨 기준으로 채상병 소속 부대였던 해병 제1사단을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김용원 위원으로 인해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희화화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원민경 위원은 전원위가 개회된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10여분간 “군인권보호관이 자신의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원 위원은 그동안 김용원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으로서 군인권소위를 일방적으로 이끌었다면서 “이런 사태를 방치하면 위원회 사무처는 물론 군 인권 피해자 및 진정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해, 부적절한 군인권보호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때까지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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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인권위 전원위원회 개회를 앞두고 위원들이 자리에 앉아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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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위원은 지난해 8월 김용원 위원이 이종섭 장관과 부적절한 전화통화를 나눈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묻기도 했다. 김용원 위원은 18일 낸 성명에서 “8월 14일이거나 8월 15일인 것으로 판단하게 되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다. 원 위원은 “8월14일은 김 위원이 본인의 연가였다고 했고, 그 다음 날인 15일은 광복절이었다. 정확히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10일에서 16일 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규선 상임위원은 “우리 인권위원회 20년 역사상 위원이 권고 이후에 피권고기관장에게 통화하겠다고 한 사례가 있느냐. 충분히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원·원민경 위원과 함께 같은 군인권소위 소속인 한석훈 위원은 “원민경 위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소위에서 (김용원 위원의) 불합리한 진행은 없었다. 채 상병 사건은 모 정당이 정치 쟁점화하는 사건이다. 인권위는 정치적으로 독립해야 하므로 앞으로 전원위에서는 일절 (채 상병 사건과) 박정훈 대령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말했다.



앞서 군사망사고 유가족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기로 한 김용원 위원은 이날 “공개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지난 8일 전원위원회에서 그는 “송두환 위원장이 경찰에 군 사망사건 유가족 수사 종결을 요구하며 낸 의견서를 공개하라”고 하다가 박진 사무총장으로부터 “그럼 수사의뢰서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자 이에 응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은 “살펴보니 공개가 적절치 않다”면서 수사의뢰서 제출을 사실상 거부했다. 대신 지난 전원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왜 위원회가 의견서를 낸 것 마냥 송두환 위원장이 군 사망사고 유가족 수사 종결 의견서를 냈냐”고 따졌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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