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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에펠탑 근처서 ‘히잡 여성’에 침 뱉어…파리올림픽 인종차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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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길을 걷던 무슬림 여성에게 침을 뱉는 남성의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프랑스 파리에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에게 중년 남성이 침을 뱉는 일이 발생했다. 파리 당국은 “톨레랑스’(관용)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각) 텔레그래프의 보도를 보면, 모로코 출신인 파티마 사이디(22)는 지난 17일 에펠탑이 있는 파리 7구에서 경험한 일을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길을 걷다 잠시 멈춘 사이에 조깅하며 지나가던 남성이 사이디의 히잡에 침을 뱉은 것이다.



이에 사이디는 곧바로 휴대전화로 이 남성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사이디가 남성에게 “다시 한 번 해 보라”고 말하자 남성은 다시 침을 뱉고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다. 남성은 사이디가 “내 얼굴에 침을 뱉지 마라”고 말하는 가운데 도망갔다. 사이디가 올린 관련 영상 가운데 하나는 ‘틱톡’에서 600만회 가까이 조회됐다.



사이디는 남성의 행동이 ‘인종차별’이자 ‘여성혐오’라고 분개했다. 특히 그는 “(현장에 같이 있던) 파리에 사는 친구가 ‘이런 일은 흔하고 나에게도 매일 일어난다’고 말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일상의 괴롭힘과 인종차별의 피해자들이 무감각한 것에 대해서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사이디는 이 남성을 파리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모로코 출신 파티마 사이디.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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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제1부시장이 이 일을 “이슬람과 여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파리의 특징인 관용과 개방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중요한 국가 행사인 파리올림픽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인종차별을 당한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당국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랑스는 정교분리(종교중립) 원칙을 적용해 학교나 정치기관에서 종교적 의미가 있는 옷을 입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학교와 정부기관에서 머리를 가리는 베일의 일종인 히잡 등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슬림 단체가 일부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헐렁한 전신 길이의 전통의상 ‘아바야’를 입지 못하게 하는 정부 명령을 유예해 달라며 최고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지만 기각되기도 했다. 올해 올림픽에서도 프랑스는 자국 선수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했는데, 이에 대해 유엔은 “여성에게 무엇을 입거나 입지 말아야 하는지를 강요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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