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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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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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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알아차림

연합뉴스

[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 지음.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중략)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 영원을 붙잡았던 적"

이병률의 시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사랑이라는 것이 완성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화자가 말하는 수많은 사랑의 '적'(경험)은 과거도, 미래의 일도 아닌, 그 자체로 존재하는 원초적 행위에 가깝다.

불현듯 찾아왔다가 이유도 모르게 사라져버리기 일쑤인 사랑에는 인과 관계란 것도 없고, 따라서 그것을 증명하려는 시도 역시 쓸모없는 일임을 말하는 것 같다.

이병률 시인의 새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사랑이 허물어지는 순간에도 찰나의 아름다움을 안간힘으로 붙잡으려는 시인이 적은 사랑의 기록이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써 내린 사랑이라는 질병의 기록이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춤을 춰야겠다는 목적을 갖고 춤을 추는 사람과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있는 사람, 굳이 밝히자면 내 이 모든 병(病)은 후자에 속한다"고 적었다.

문학과지성사. 172쪽.

연합뉴스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이수은 지음.

부제는 '나의 프루스트 읽기 연습'.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누구나 조금 읽다 마는 책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걸작"이자 "죽기 전에 결코 끝낼 수 없는 책, 실직했거나 요양이 필요한 병에 걸렸다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에게도 그랬다. 그런데 긴 도전 끝에 완독하고 나서는 너무 좋아 그 속에 오래도록 잠겨 있을 만큼 사랑하게 됐다.

"타는 갈증으로 물을 찾아내 작은 곡괭이로 힘겹게 두드리고 파내기를 거듭한 끝에 도달한 지하 수원지는 은빛 호수를 품은, 울림 깊은 동굴이었다. 어둡고 아늑하고 구슬픈, 황금빛 그로테스크에 눈이 휘둥그레져, 너무 오래 그 속에 잠겨 있었다."

이 책은 문학 편집자로 22년간 일한 저자가 현대 프랑스 문학의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3년 4개월에 걸쳐 촘촘하게 읽고 나서 쓴 26편의 독서 에세이 모음이다.

거대한 산맥과도 같은 작품과 긴 시간 씨름하며 던졌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저자가 스스로 찾아갔던 과정을 빈틈없는 꼼꼼한 기록으로 남겼다. 프루스트의 불멸의 대작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독자라면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민음사. 428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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