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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미 대학가에 가자전쟁 항의 시위 재확산…유대계도 다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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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22일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항의하는 친팔레스타인 천막 농성시위장에 “대량학살 자금지원을 중단하라”는 구호가 내걸렸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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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항의하는 친팔레스타인 농성 시위가 미국 대학가에서 다시 급속히 번지고 있다. 대학들은 유대계 학생들도 참여하는 이 시위를 ‘반유대주의’라고 규정해 경찰의 개입을 요청하고, 경찰은 시위 학생들을 체포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22일 밤 뉴욕대에서 가자 전쟁 항의 천막 농성 시위를 해산하고 수십명을 체포했다. 이날 오전에는 예일대에서 시위에 나선 학생 50여명이 체포됐다. 이런 친팔레스타인 천막 농성 시위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매사추세츠공과대, 터프츠대, 미시간대, 에머슨대 등 미국 전역의 대학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에 항의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맞불 시위도 열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컬럼비아대가 지난 18일 학내에서 벌어진 천막 농성 시위 해산 과정에서 경찰을 동원해 학생 100여명이 체포되면서 오히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날 뉴욕대에서 시위를 벌인 학생들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이익이 있는 무기 제조업과 회사들로부터 받은 기부와 재정 기여 내역을 공개”하라고 학교 당국에 요구했다. 학생들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관련된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컬럼비아대는 이날 대면 수업을 취소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미누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성명에서 “협박과 괴롭힘 행위”를 지적하며 “캠퍼스로 와서 자신들의 의제를 추구하려는, 컬럼비아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캠퍼스 내의 긴장을 증폭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예일대는 경찰 개입을 요청한 이유로 “천막 농성 시위 학생들에게 수차례 해산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대학가 시위를 반유대주의라고 비난하며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 등은 “유대계 학생에 대한 테러 행위를 요구하는 학생과 선동꾼 폭도들을 끝장내지 못한”것을 문제 삼아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샤피크 총장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반유대주의를 막는 대학 당국의 대책에 대해 진술하다가, 보수 진영 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캐시 매닝 등 민주당 하원의원 4명도 컬럼비아대를 향해 “유대계 학생들이 대학에서 안전을 느끼지 못한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압박했다. 공화당 소속 버지니아 폭스 하원 교육위원장은 컬럼비아대가 질서와 안전을 회복하지 못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연방정부의 지원이 즉각 취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위를 주도하는 쪽은 이번 시위가 이스라엘 및 그 지지자에 대한 비판이라며 반유대주의라는 비난을 일축하고 있다. 해당 시위에는 유대계 학생 다수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컬럼비아대 천막 농성 시위에서 유대인들의 전통 명절인 유월절을 맞아 유대계 학생들이 팔레스타인계 학생 등과 함께 유월절 저녁을 나눠 먹는 행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시위 조직자와 참가자 중 일부가 반시오니즘 유대계 학생이고, 농성 시위에 관여해 정학당한 학생 중 15명이 유대계라고 전했다. 예일대에서도 이날 대학 광장에서 열린 유월절 저녁 행사에 학생 수백명이 참여했는데 해당 행사는 이 학교의 ‘휴전을 위한 유대인’,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목소리’ 지부가 주최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정의를 위한 컬럼비아 학생’ 쪽은 전날 성명에서 “어떠한 형태의 증오와 편견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 선동적인 개인들”을 비판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대학가 밖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과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뉴욕의 브루클린교 등에서도 도로를 점거한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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