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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젠 월급보단 근무여건…"유연근무로 여성·고령층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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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제‧재택근무제 등이 향후 노동시장 인력수급을 좌우할 키(key)로 떠올랐다. 임금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좋은 근무여건을 선호하는 취업자가 늘어나면서다. 특히 여성과 고령층 등 잠재 노동인력이 근무 여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확대 등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팀장‧이수민 과장은 ‘근무여건 선호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취업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근무여건’을 꼽은 응답자는 지난해 31.5%를 차지했다. ‘임금수준’ 응답 비중(26.8%)을 크게 웃돌았다. 2018년까지만 해도 임금수준(26.5%)이 근무여건(22.4%)보다 우위를 차지했는데, 2019년 근무여건이 우위로 역전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유연근무‧재택근무를 경험한 근로자들이 양질의 근무여건을 더욱 선호하게 된 측면도 있다.

연구진은 근무여건의 구체적인 구성요소를 ▶유연근무 ▶재택근무 ▶육체적 강도 ▶업무 강도 ▶자율성 ▶독립성 ▶발전 가능성 ▶직업적 보람으로 분류했다. 8가지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직업별‧산업별 근무여건 지수를 산출한 결과, 정보통신‧금융보험‧교육‧전문과학기술 등 업종이 상위에 포진했다. 반면 임금 수준과 업무 강도가 모두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에선 근무여건 지수가 낮았다.

근무여건이 양호한 일자리에는 고학력‧고소득 근로자가 몰리는 특성이 나타났다. 이수민 과장은 “고학력‧고소득 근로자들이 육체적 능력을 덜 요구하는 인지적 일자리나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전문직 일자리에 더 많이 근무하는 특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득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 근무여건을 화폐적 가치로 환산해 기존 임금에 더하면, 소득 5분위(상위 20%) 근로자는 시간당 임금이 42.9% 증가해 5만원으로 산출됐다. 반면 소득 1분위(하위 20%) 근로자는 시간당 임금이 33.3% 증가한 1만2000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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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 등 양질의 근무여건을 선호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여성은 일‧가정 양립, 고령층은 경제‧사회활동 유지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향후 경제활동 인구에서 여성‧고령층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근무여건은 직업 선택 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근무여건 지수가 높은 일자리 수요는 증가하고, 근무여건 지수가 낮은 일자리의 인력 부족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 유연근무 도입 기업 세제 혜택 등도 근무여건 개선책으로 꼽힌다. 오삼일 팀장은 “로봇 등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제조업‧건설업 등의 업무 강도나 근무여건이 함께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책적으로도 노동시장의 업무 독립성‧자율성 등을 개선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늘리고 시간선택제 근로를 활성화해 여성 및 고령층 등 다양한 계층의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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